*지난 2월 한글 그림책을 출판한 일본인 야마기와 타카코(山極尊子) 작가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서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야마기와 타카코는 2008년 한국으로 유학 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학위와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지한파 동화작가입니다. -편집자주

경복궁 부근 횡단보도를 건너며 한복입은 여고생들을 바라보는 야마기와 타카코(오른쪽). (사진=방찬순 사진작가)

[뉴스인] 야마기와 타카코 = 필자가 만난 많은 북한 이탈주민은 북한 출신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자신들이 한국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한국에서 가장 힘든 것은 우리가 아주 잘못된 환경에 있다가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적응을 전혀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원에서부터 ‘한국은 너희들이 살았던 모든 환경과 다르다’고 가르칩니다. ‘한국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 생각과 생활 모두 이전에 가지고 있던 곳을 버려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처음 환경미화원으로 취업을 했을 때 그 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제가 이상한 생활을 하다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 이탈주민들은 한국인이 자신들을 ‘완전히 비정상적인 생활과 사고를 하다가 한국으로 온 사람들’ 혹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잘 사는 것은 어려운 사람들’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편견은 의식밖에 있는 자동과정을 통해 암묵적 연상(implicit association)을 일으키고 암묵적 연상은 판단과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북한생활은 비일상적인 생활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비일상적 생활이 비록 한국에 와서도 변화되기 어렵다는 편견을 한국인들은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암묵적 연상에 의해 이미 북한이탈주민을 문제적 집단으로 판단해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북한 출신이 한국의 어떤 일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른 세상에서 왔기 때문에 여기의 일은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일을 하다가 영어로 된 매뉴얼을 보고 기계를 만지니까 ‘한국에 와서 영어를 배웠냐’고 물어서 놀랐어요. 북한에서는 러시아나 중국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암묵적 연상은 오랜 기간 남북한의 이념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미디어 영향도 크다. 북한 이탈주민을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언론에 비치거나 언급하는 것을 통해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생각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연구는 언론의 북한 이탈주민 보도가 사회적 약자, 북한 주민, 사회부적응, 정치세력 프레임 등의 시각에서 주로 다루고 있으며, 일반적인 한국 시민으로서의 접근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하였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은 열등하며 도와줘야 한다는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 주민에 대한 프레임은 이들의 정체성을 한국 사람과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치세력 프레임은 탈북 후 북한정권과 대립하는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것을 강조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북한 이탈주민들에게는 한국 사회와의 단절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시 강조하고 싶다. 북한 이탈주민은 삶의 고통을 피해 한국으로 왔고, 한국에 온 이후에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나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또 다시 고통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미디어 역시 북한 이탈주민에게 씌워진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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