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글 그림책을 출판한 일본인 야마기와 타카코(山極尊子) 작가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서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야마기와 타카코는 2008년 한국으로 유학 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학위와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지한파 동화작가입니다. -편집자주

야마기와 타카코

[뉴스인] 야마기와 타카코 =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여성은 자신이 속할 사회적 장치를 미리 결정하고 한국에 입국한다.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은 그렇지 못하다. 입국 이후 생활공간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인 디아스포라(diaspora)와는 다른 양상을 가진다는 의미다.

북한이탈주민은 1주일에서 한 달 정도 한국 입국과 관련한 조사를 받은 후 두 달 동안 하나원에 수용된다. 수용 기관이면서 교육 기관인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한국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최초의 기관이다. 필자가 만나본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 감정 변화를 가장 많이 겪게 되는 곳이 하나원이라고 했다.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가면 돈이 넘쳐나는 줄 알았지요. 그건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었지만 하나원은 한국에 대한 모든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하나원은 북한 출신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고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하나원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사회 상황과 사람들의 생각을 전해 주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많이 무너지고 만다.

첫째, 하나원에서 북한 이탈주민에게 제시하는 대부분의 직업들은 비숙련 노동직에 한정된다. 한국에서도 개인의 사회 진출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고, 한국 노동시장에서 질 좋은 일자리는 점점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입국 당시 능력을 바탕으로 북한이탈주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연결해 주는 것이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일 수도 있다.

비숙련 노동직으로 연결되더라도 북한이탈주민이 하나원 교육기간 동안 보다 좋은 사회적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돼야 한다. 이 같은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은 채 짧은 기간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과 시각만을 전달 받는다면 북한이탈주민은 스스로가 이 사회에서 주변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첫인상과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 시작되고, 혼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하나원에서는 나쁜 생각으로 북한 이탈주민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서 당할 수 있는 사기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금전거래를 조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은 하나원에서 나와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도 전에 이미 한국인에 대한 색안경을 끼게 된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라는 이름으로 1999년 설립된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적응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전혀 다른 사회적 환경으로의 변화를 위해 하나원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나는 그 전체적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원의 사회적응 프로그램 기간이나 프로그램 내용 구성은 간단히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하나원이 한국 사회를 소개하면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한 북한이탈주민의 사례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주의와 신뢰를 동시에 알려줌으로써 북한이탈주민이 하나원 퇴소 이후 접할 한국 사회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필요는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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