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글 그림책을 출판한 일본인 야마기와 타카코(山極尊子) 작가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서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야마기와 타카코는 2008년 한국으로 유학 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학위와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교육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지한파 동화작가입니다. -편집자주
[뉴스인] 야마기와 타카코 = 한국은 이민족의 혈통이 거의 유입되지 않은 민족국가로서 오랜 역사를 유지해 왔다. 세계화가 되면서 한국은 이민족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민족 중에는 완전한 이민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일시적인 한국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 가족 전체가 한국으로 이민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이주노동자나 유학생, 직장인과 같은 이민자들은 꼭 한국인이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는 볼 수 없다.
한국에는 매우 독특한 형태를 가진 이민 유형이 있는데 바로 결혼여성이민자다. 한국의 불균형한 성비로 인해 나타난 이민족의 유입이 결혼여성이민자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민족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들어 결혼여성이민자의 유입을 우려하지만 불가피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은 이들 결혼여성이민자의 사회적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혈통적으로 이민족의 유입이 적은 것은 분명하다.
현대 사회에서 민족국가는 원래 단일민족의 개념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근대국가 형성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형성된 환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족국가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다문화주의자로 알려진 윌 킴리카(Will Kymlicka)는 한국, 아이슬란드, 포르투갈이 이데올로기로서의 민족국가가 아닌 전통적 민족국가의 성격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오래되고 자발적인 민족국가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한국에는 민족의 한 축이자 수 천 년을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온 사람들로서 이민족이 아니면서 이민족 취급을 받고, 한국말을 하면서도 말투로 인해 식별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이다.
법적으로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다.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이다. 북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영토에 거주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북한 출신은 북한을 벗어난 후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할 때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대상자가 된다. 비로소 한국의 국민이 되는 것이다. 1998년까지 947명이던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014년 말 기준 2만 7518명에 이른다.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 중 매우 일부지만 이들은 한국인의 일원이자 앞으로 활발해져야 할 남북한의 인적교류, 나아가 남북한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위해 매우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대상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너무나 많다. 내게 가장 아프게 다가온 북한이탈주민의 말은 “우리 딸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딸 친구들은 모릅니다”였다. 북한 출신임을 숨기면서 살아가야 하는 모습은 한국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모습 중 하나이다.
과거 이탈주민은 이데올로기적 도구로서 정치적인 효용성 때문에 극진한 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국가가 주도하여 이들을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자극적인 미디어는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나는 북한 여성들이 토론하는 프로그램은 보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거짓말과 경험하지 않는 일들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이 곳 사람들은 우리가 탈북해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북한대학원 학생으로서 이들 북한이탈주민, 특히 북한 여성이탈주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이 때문에 한국인에 비해 조금은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한국사회가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문제점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보고 들었던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적응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