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기와 타카코, 日 아동문학상 받은 그림책 '할머니의 손' 출간

야마기와 타카코는 한국에서 낸 그림책 '할머니의 손'이 어린 시절을 함께 한 할머니에게 바치는 책이라고도 했다. (사진=박소혜 기자)

[뉴스인] 박소혜 기자 = 어느 날 깨어보니 아이의 손이 할머니 손으로 바뀌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세대간 이해의 폭을 넓혀준 그림책 '할머니의 손'이 출간됐다.

작가는 한국 생활 8년차에 접어드는 일본인 야마기와 타카코 씨(35).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야마기와는 "어린 시절 맞벌이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지낸 시간이 많았다"며 "아이들이 나이 많은 사람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할머니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일본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키즈익스프레스21'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0여 명의 공모자 중 최고로 뽑힌 것이다.

"한국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한국 정서가 작품에 담기면서 일본 심사위원들이 독특하게 봐준 게 아닌가 싶어요. 일본에 있었다면 평범한 삶이었을 텐데 한국에 오니 상복도 생겼나 봐요."

야마기와 타카코가 일본의 아동문학상인 '키즈익스프레스21'에서 2014년 대상을 차지한 작품 '할머니의 손'을 한글 그림책으로 출판했다. (사진=실버트레인 제공)

일본에서 출판 제의가 잇따랐지만 결국 한국에서 한글로 책을 내게 됐다. 동화작가로서 데뷔작이기도 하다.

"책을 출판한 '실버트레인'은 원래 일본 뉴에이지 그룹 '어쿠스틱 카페'의 한국공연을 기획하는 곳인데 제가 일을 도와주면서 이번에 출판사업도 하게 됐어요. 어린이를 위한 칠드런스테이션이라는 문화사업브랜드를 만들었죠. 음악 뿐 아니라 그림책도 한일문화교류에 도움이 된다고 공감했기 때문이에요."

야마기와 작가는 이번에 '할머니의 손'과 함께 '수염없는 산타'라는 그림책도 함께 출간했는데, 온전히 한국에서의 경험이 토대가 됐다.

"서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고마움 속에서도 외로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산타가 그런 심정이 아닐까 해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날만 주목받고 나머지 364일은 존재감이 없잖아요. 하지만 루돌프처럼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야마기와 타카코의 그림책 '수염 없는 산타' 표지. 화가 이유진 씨는 이 책의 모든 그림을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그렸다. 여러 번 덧칠한 붓 자국이 동양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사진=실버트레인 제공)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나 페리스여자대학교를 나온 야먀기와 타카코(山極尊子)는 지난 2002년 이화여대 교환학생으로 온 것이 첫 한국 방문이었다.

대학 졸업 후 4년간 일본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한국문화를 깊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고, 서울대에서 국어교육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동두천외고 일본어교사를 거쳐 현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교육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그 사이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앞으로 10년은 더 한국에 머물 계획이다.

"한국에 살다 보니 외국인으로서 다문화 가족에 대한 차별이 보였고 탈북자 또한 다문화는 아니지만 차별이 있는 게 공통적인 문제로 보였어요. 그런 문제의식을 학문적으로 살펴보게 됐고요, 앞으로 수필이나 그림책 등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야마기와 작가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통일이 되면 남북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선입견이 없으니 그림책으로 교육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한국과 북한, 일본 등 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본여성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저도 한국에서 지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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