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독일은 늘 가고 싶은 나라 중에 하나였다. 마침 10월이고 독일의 가을은 어떤지 궁금했었는데 시간이 돼서 독일여행을 하게 됐다. 20대 때 Heidelberg대학에 다니는 친구와 연락을 하긴 했지만 여행을 가보지는 못해서 하이델베르그는 가고 싶은 도시 중에 하나였다. 4박5일 일정으로 독일 남부 로맨틱 가도를 따라 여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2007년 여행사를 통해서 유럽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7월 중순이었는데 그다지 화창하지 않은 날씨로 기억하고 있다. 음악을 공부하면서 독일은 음악가들이 많고 특히 브람스의 음악은 추운 날씨로 인해 우울하고 무거운 감이 있다고 공부했기 때문에 독일은 추운 나라라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독일 여행에서 독일은 화창하고 밝고 단풍이 예쁘게 들기에 좋은 날씨로 정말 독일에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했다. 독일남부 뮌헨에서 시작하는 일정으로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 도착한 도시는 나중에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보기로 했다. 특히 뮌헨에는 BMW본사가 있는 곳이라 마지막 날에 자세히 보기로 했다.

뮌헨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로 만들 까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에든버러와의 비행거리는 2시간10분으로 시차는 1시간이 차이를 보인다.

차를 렌트해서 막 고속도로로 진입했는데 뒷좌석에 안전벨트가 안 잠겨있다면서 차가 계속 요란한 소리를 냈다. 렌트한 차가 말썽인 것 같아 얼마나 무서웠던지. 뒷좌석까지 안전벨트를 했는데도 계속  경보가 울렸다. 그러다가 속도를 내니까 소리가 없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닛이 열려 있다고 경고음이 또 계속 울린다. 하는 수 없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보닛을 열어 보니까 안에 낙엽이 들어 있어다. 낙엽을 제거 하니까 경고음이 멈췄다. 500KM도 안된 새 차라 감지기가 많아서 문제였던 것 같다. 이제 안심하고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마침 옆에서 앙증맞은 차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길래 한 장 찍었는데 운전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쳐서 조금 민망하고 어색했다.

한참을 달리는데 차의 속도계가 그냥 동그랗게 표시만 됐다. 대부분 차를 타고 달리면 차의 안전속도를 표시 해 주는데 그런 표시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때부터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속도무제한)에 들어선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었다. 필자의 짧은 상식으로는 어느 한 구간을 '아우토반'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줄 알았는데 독일의 모든 고속도로는 아우토반이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의 운전석의 계기판에는 구체적인 속도가 아닌 무한 속도라고 표시됐다. 정말 신기했다.

한국의 도로에서는 서로 먼저 가겠다고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서로 양보하면서 빨리 달리고 싶은 사람은 속도 무제한으로 달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저속으로 달렸다. 그렇다고 차가 막히는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 신기해서 필자도 속도 무제한의 스릴을 만끽하기로 했다. 시속 200km로 달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250km로 바람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차가 있었다.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대단하다. 필자는 200km도 겁이나서 머리카락이 솟는 기분이었는데 시속 250km라니! 이것이 속도 무제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시속 200km를 기념해 사진을 찍었다.

독일의 모든 고속도로는 속도 무제한이라고 한다. 도시로 진입을 하거나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경우에만 차량이 많아서 속도의 제한을 두고, 그 외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모든 구간이 속도무제한이라고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한국의 고속도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서 휴게소로 들어가고 나가는 길이 특히 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의 고속도로를 보고 우리나라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정말 비슷한 것 같다. 그렇게 속도 무제한의 스릴을 즐기면서 잠시 쉬어가는 곳에서 주차를 하고 쉬기로 했다. 마침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보니까 화장실이 모두 남녀 공용이었다. 한국 같으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 여기서는 대수롭지 않게 행해지고 있었다. 화장실 표시가 대부분 남녀 같이 그려져 있고 한쪽에는 남자들만 소변을 보는 화장실 있다. 들어가고 싶지 않아 잠시 쉬다가 다음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가기로 했다.

다시 아우토반의 스릴을 즐기다가 커피가 생각이 나서 휴게소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까 출입구에 우리나라 지하철 개찰구처럼 바가 있고 돈을 넣어야만 문이 열이게 돼 있다. 돈은 70페니로 1유로가 안 되는 돈이지만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다니... '이건 생리 현상인데 그냥 가게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출입구에 청소하는 사람이 지켜보는 것 같았다. 유럽에 있는 화장실은 대체로 돈을 받는다. 로마여행을 했을 때도 화장실 앞에서 직접 돈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프랑스의 한 길 모퉁이에서 걸인이 볼일을 보는 것을 창밖으로 본 아들이 슬프게 한 말이 떠올랐다. '이곳 거지는 화장실도 돈이 없어서 마음대로 못가는 것 같다'라고...

마침 오는 길에 잠시 주차하는 곳이 있었고 그곳에서 화장실이 붐비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돈을 내기 때문에 굳이 휴게소를 찾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다. 많은 차들이 휴게소가 아닌 우리나라로 치면 쉬는 곳 같은 곳에서 관광차도 있고, 여행객 차도 있었고, 또 한쪽에선 피크닉처럼 음식을 사가지고 와서 먹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면 휴게소를 찾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의 고속도로는 정말 깨끗하고 주변풍경도 아름답고 또 한가롭기까지 했다. 필자는 경부고속도로가 떠올랐다. 고향에 내려가는 10월의 경부 고속도로 주변에는 벼가 익어가는 노란 들판으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계절이다. 몇 시간의 고향길이 조금도 피곤하지 않고 노란 들판만 보면 마음이 평안했던 행복했던 순간 말이다. 깨끗한 휴게소, 마음껏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 넓은 화장실, 필자가 좋아하는 오징어 구이.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리고 10월의 단풍, 특히 올림픽 공원의 단풍이 그립다. 너무 아름다운 올림픽 공원의 단풍과 낙엽으로 가득한 석촌호수의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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