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Africa For Norway-New charity single out now! (https://youtu.be/oJLqyuxm96k) (출처=SAIH)

[뉴스인] 이호국 = 볼록 튀어나온 배와 눈, 젓가락 같은 팔과 갈비뼈, 흑백의 화면과 우울한 분위기는 모금 광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모금 단체는 더 많은 기부금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의 빈곤을 극대화하여 자극적으로 표현한다.

광고를 찍기 위해 억지로 아이를 꼬집어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맨발로 걷게 하고, 심지어는 더러운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한 NGO 단체도 있다. 사실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과장된 광고가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많은 정보는 NGO 단체를 통해 우리에게 오기 때문에, 이러한 과장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한다. 이러한 잘못된 선입견과 기부형태를 비판한 색다른 광고가 있다.

노르웨이의 학생과 교수진들로 이루어진 인식 개선 활동 및 개발원조 NGO 단체, ‘사이(SAIH, Studentenes og Akademikernes Internasjonale Hijelpefond)’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아프리카 포 노르웨이(Africa for Norway)’ 캠페인 영상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추위에 떠는 노르웨이 사람들을 위해 버려진 라디에이터(난방기구)를 기부하는 Radi-aid(라디에이드) 캠페인이다.

영상을 보았다면 눈치 채겠지만, 이는 실제로 진행된 캠페인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모금 광고와 기부 형태를 반대의 관점에서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영상 초반부에 국적이 명시되지 않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선의로 뭉쳐 노르웨이를 돕고자 한다. 노르웨이의 얼어붙은 길 위를 우스꽝스럽게 건너고 있는 아저씨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면서 멋지게 차려입은 가수 등 유명인들이 등장한다. 멋진 음향시설, 잘 차려입은 옷, 화려한 장식들과 폭설과 추위로 피해를 본 비극적인 노르웨이의 모습 대조되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희망찬 음악으로 기부를 독려한다.

노르웨이의 사건 사고, 불행은 과장되어 표현되고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기꺼이 라디에이터를 기부하고 있다. 영상의 마지막은 마침내 라디에이터를 노르웨이로 보낸 아프리카 사람들이 서로를 자축하며 끝난다.

이 영상을 보고나니 반드시 노르웨이에 라디에이터를 보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SAIH는 이 영상을 통해 바로 이런 우리의 기부형태를 맹렬히 비판한다.

단순한 동정심 유발로 기부금을 모집하고, 필요하지도 않는 막대한 물자를 기부한다. 기부 받는 사람이 부족한 것이나 필요로 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 수혜처의 어려움은 극대화하고 기부처의 부를 자랑한다. 기부의 결과는 확인하지 않고 기부했다는 자기만족만을 얻으며 끝난다.

2012년 제작된 SAIH의 해당 영상은 300만 뷰가 넘을 정도로 화제를 낳았고, 전 세계의 관행적인 기부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SAIH는 해당 활동을 확장하여 올바른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Let's save Africa! - Gone wrong (https://youtu.be/xbqA6o8_WC0) (출처=SAIH)

두 번째 영상은 더 직설적이다. 자칭 모금 영상 전문배우라는 마이클(Michael) 소년의 모금 영상 제작기이다. 마이클의 표정 연기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 영상은 잘못된 모금형태를 비판했다. 아프리카에서 모금 광고가 어떻게 찍히는지 우스꽝스럽게 묘사함으로써 그러한 광고를 찍지도 말고 속지도 말라고 얘기한다.

힘겹게 물통을 지고 가다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마이클은 시원하게 웃어젖힌다. 억지 감동과 눈물 연기를 보이는 상대 배우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이내 상대역인 여자 배우는 대니쉬를 손에 내밀고 마이클은 “더럽게 맛없네!”라며 뱉어버린다.

광고는 아프리카의 빈곤과 비극을 과장된 묘사로 강조한다. 뜬금없이 대니쉬를 내미는 여배우의 모습에서 아프리카에 비빔밥과 K-Pop을 원조하겠다던 코리아에이드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금 광고는 기부자를 마치 영웅처럼 묘사한다. “우리가 아프리카를 구할 수 있어요!(We can save the Africa)”라고 말하는 여배우를 바라보는 마이클의 표정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Who Wants To Be A Volunteer? (https://youtu.be/ymcflrj_rRc) (출처=SAIH)

마지막 영상은 재능기부, 즉 자원봉사에 관한 비판이다. 발룬투어리즘(voluntourism)은 봉사활동(volunteer)와 여행(tour)의 합성어이다. 즉, 발룬투어리즘은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휴가를 가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관광이 아니라 관광과 자원봉사를 겸하는 형태의 여행이다.

영상의 도입부에서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넘치는 열의가 돋보인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내가 먹여줄게!(I'm gonna feed you)”를 외치며 경쟁하듯 봉사를 시작한다. 이내에 화면은 스튜디오로 전환되어 자원봉사자를 뽑는 TV쇼가 등장한다.

해당 쇼의 마지막 문제로 아주 간단한 문제가 출제된다. “아프리카에는 몇 개의 나라가 있을까요?(How many countries are there in Africa?)” 출연자는 이 간단한 문제를 크게 고민하고 1개라는 틀린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사회자와 쇼 기획자조차 아프리카를 나라 1개로 생각하고 이 답을 맞는다고 축하해준다.

그리고 최종답안을 맞춘 참가자에게 웃통을 벗은 근육질의 흑인 남성들이 튀어나와 여왕을 모셔가듯 참가자를 데려간다. 그리고 전통의상처럼 꾸민 옷을 입은 흑인 여성들이 떼로 몰려나와 전통춤 같은 것을 추기 시작한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우리가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상은 발룬투어리즘을 비판한다. 발룬투어링은 문화교류나 지역개발 등 장점이 있고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으나, 최근 들어 역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자원봉사자들이 실제로 지역 변화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좋은 의도만 가지고는 변화를 일궈낼 수 없다. 사례로 도서관을 짓는 자원봉사를 한 일군의 봉사단이 기초적인 건설공사 기술이 없어 단순히 벽돌을 쌓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결국, 봉사자들이 지어놓은 건물은 너무 부실하여 밤에 지역주민들이 와서 다시 무너뜨려야만 했다.

발룬투어링을 값싼 해외여행쯤으로 여기는 문제도 있다. 현장에서 현지인에게 소위 ‘갑질’을 하는 봉사자들도 있다. 마치 동물원을 찾아오듯 봉사지역의 가난을 구경하러 오는 자원봉사자들도 문제다. 영상에서처럼 해당 지역의 가장 기초적인 정보조차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SAIH의 동영상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기부형태를 비판했지만, 물론 장점들도 많다. 과장된 광고여도 더 많은 후원금을 모은다면 수혜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단체 입장에서는 무관심보다 차라리 동정심이 바람직하다. 연예인을 통한 모금 광고에는 장점이 많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당시의 발룬투어링은 필요한 도움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처럼 다각적인 고민 없이는 올바른 기부문화를 정착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모금을 하는 NGO 단체의 실무자라면, 기부를 시작하는 기부자라면, 실천하는 봉사단원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선입견에서 자유로운가. 어떤 지향점을 갖고 기부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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