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저만큼 걸어가면 되지만 셔틀버스를 태워준다. (사진=www.sidwaya.bf)

[뉴스인] 이다영 = 부르키나파소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다. 와가두구에서 6시간을 날아 파리에서 환승을 하면서 새삼 이렇게 큰 샤를드골 국제공항, 인천 국제공항과는 너무나도 딴판인 와가두구 국제공항을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2014년 처음 와가두구 공항에 내렸을 때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여느 개발도상국 공항처럼, 혹은 초창기 김포공항처럼 계단으로 내려와 셔틀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활주로 구경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럴 수가. 벌써 공항 입구에 다 도착해버린 것이다. 와가두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냥 걸어 들어와도 될 뻔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비행기 정차장은 아담했고, 그게 전부였다.

공항 건물 안에 들어가도 참 아담하다. 그 아담한 입국 절차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에볼라 소동 이후부터는 손 세정제로 손을 닦는 것이 제일 처음 만나는 코스이다. 항상 악수를 하면서 인사하는 이들에게 손 소독은 가장 중요한 질병예방이니 손 소독을 안 하면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손에 묻은 알코올이 채 다 날아가기도 전에 한 줄로 서서 황열병 예방접종카드 검사가 이어지고, 그 다음 검문관에게는 비자 검사가 이뤄진다. 그저 줄줄이 걸어가면서 여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어느새 스무 걸음도 안돼서 입국 수속대를 마주친다. 그 다음은 어디로 가야할 지 찾을 필요도 없이 참 단출한 그곳의 첫인상은 아담한 시골 터미널이었다.

와가두구 국제공항에서 수화물이 나오는 단 하나의 컨베이어벨트 (사진=ouagadougou-aeroport.bf)

딱 세 칸으로 놓인 입국심사대를 지나면 바로 짐 찾는 곳이 보인다. 수화물이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는 어느 벨트인지 확인할 것도 없이 딱 한 개였다. ‘참 쉬운 공항이구나.’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 쉬움에 속아버렸다. 짐을 잘 옮길 듯이 생긴 아저씨께서 캐리어 옮기는 카트가 필요하냐며 다가오더니 이내 내가 끌어내리는 캐리어들을 카트에 담아 바깥까지 끌어주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그렇게 일을 하면서 팁을 얻어가는 분이었다. 처음이라 그랬다지만 공항에 이런 일을 한답시고 드나들 수 있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와가두구 공항은 한산해졌다. 환송객, 환영객의 공항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를 마중 나오겠다고 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얼떨떨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바깥까지 나가보면 웬걸, 공항 주차장에 소중한 사람을 마중 온 일행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땡볕에 몰려 서있는 것이 아닌가.

비행기 연착이라도 있는 날에는 미안하고도 반가운 마음에 서로서로 끌어안고 연신 ‘비주(볼을 맞대고 입으로 소리를 내는 프랑스식 인사)’를 해댄다. 와가두구 공항 홈페이지는 비행기 연착 정보도 곧잘 틀리기 때문에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환영객들은 그저 뜨거운 사헬의 햇볕 세례를 받아야만 한다.

공항 건물 앞 통로부터는 환송객이 들어갈 수 없어서 신경호 전문가를 이곳에서 배웅했다. (사진=이다영)

와가두구를 떠날 때도 공항 주차장에는 배웅을 하러 몰려온 환송객으로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항이 좁아서일까, 보안 때문일까. 두 이유가 다 있겠지만 300프랑세파(한화 약 600원)씩을 내고도 주차장까지밖에 못가면서 꼭 마중 나오고 배웅 나오는 사람들에게 참 고마워졌다.

그렇게 출국을 위해 공항에 들어갈 때면 또다시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은 짐 검사를 하는 경찰이고, 비행기를 탈 때까지 보안 검색은 2~3번이 더 이루어진다.

공항 건물 앞에는 짐 수색을 위해 보안경찰관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사진=이다영)

입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출국할 때도 7개 내외의 체크인 데스크, 5개 내외의 출국심사대, 딱 한 개의 보안검색대. 여느 버스터미널과 같은 작은 곳에서 오밀조밀한 검사대를 통과하면 또 딱 하나의 대합실과 게이트를 만난다. 면세점도 없고 요깃거리도 마땅히 없는 단출한 와가두구 국제공항. 어느 국제공항이 이보다 더 작을까 싶다.

물론 이만큼 작은 공항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겠지만 푸근하고 정겨움까지 갖춘 국제공항은 또 드물 것이다. 보안 검색관, 체크인 데스크 직원, 출입국 법무관 등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먼저 봉쥬(Bonjour)라고 말을 걸면 어디서 왔냐고, 결혼은 했냐고, 무슨 일을 하느냐고, 자기도 한국 데려가라는 등 시시콜콜한 대화가 이어지는 정겨운 공항. 와가두구의 첫인상과 끝인상은 그렇게 웃음으로 기억된다. Au revoir OUAGA(다시 만나요 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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