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 모습. 중국정부 지원 하에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EWB)

[뉴스인] 김현지 = “봉사활동 하러?”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거나 아프리카에 간다고 말하면 제일 먼저 들려오는 말이다. 이번엔 NGO 소속으로 부르키나파소에 왔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지만 당연한 듯 묻는 이 말에 마음 한구석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인류의 고향이라 여겨지는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 자연의 신비가 숨 쉬는 곳. 수많은 기업들의 활동무대이기도 한 곳. 아프리카는 왜 작정하고 선의를 베풀러 가지 않으면 갈 일 없는 곳으로 여겨지는 걸까.

◇ 아프리카에 갈 이유는 많다

아프리카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국제기구, NGO, 각국 ODA 사무실, 선교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적지 않지만, 이곳에는 돈을 벌기 위해 와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카메룬,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 치안과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나라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부르키나파소 같이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조차도 기본적으로 석유, 은행, 통신사부터 식료품까지 프랑스 기업의 세력이 미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 역시 이곳 중심가에 사무실을 두고 진출해 있으며 인지도도 높다.

특히 근래 아프리카는 신흥강국의 제1진출무대로 주목받고 있는데, 중국은 비공개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한편 그동안 높은 가격 탓에 보급되기 어려웠던 재화들을 싼값에 수출해 아프리카인들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날 운전기사 마르땅은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며 “중국산이 들어온 덕분에 내가 이 핸드폰을 얼마에 샀는 줄 알아? 4000CFA(한화 약 8000원)!”라며 웃었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아프리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던 프랑스에게 엄청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대중들에게는 ‘빈곤의 땅’으로 인식되어 있을지 몰라도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아프리카이다.

아프리카는 유럽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식민지배의 과거 탓에 언어가 통하기 때문인데, 2월 가봉의 해변에는 추위를 피해 휴가를 즐기는 유럽인들로 가득해 여기가 아프리카인지 유럽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에 비해 바다가 없는 부르키나파소는 인기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아프리카 최대 영화제인 FESPACO 개최지로서 시즌이 되면 수많은 영화 관계자와 언론인이 몰려오곤 한다.

또한 프랑스 문화부는 아프리카 문화진흥을 위한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데, 이러한 지원과 이주민 영향으로 유럽에는 아프리카 문화가 이미 상당히 알려져 있다. 유럽인에게만큼은 어쩌면 우리가 흔히 유명 관광지로 뽑는 아시아 국가들보다 이곳 아프리카가 문화적으로 훨씬 익숙한 곳일지 모른다.

해맑은 뻘(PEULS)족 아이들. 뻘족 언어를 쓰지만 불어도 잘 한다. (사진=EWB)

◇ 아프리카는 당신의 생각보다 좋다

현재 내가 있는 부르키나파소는 1인당 GDP 600달러를 웃도는 최빈국이니 한국에서 누리는 안락함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가보지 않고서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비쩍 마른 몸에 배만 볼록 나온 아이들이 파리가 잔뜩 붙은 채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구호 모금 광고 이미지만을 떠올리진 않기를 바란다.

어느 날 아프리카에 간다면 마주칠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어린 동생을 번쩍 들어 돌보고, 뙤약볕 아래 우물에서 물을 긷는 씩씩한 아이들일 것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빈곤, 말라리아로 인한 영아사망률, 에이즈, 70%에 달하는 높은 문맹률은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프리카로 떠나는 친구에게 모기퇴치제와 말라리아 약 6개월치를 챙겨가라고 조언할 필요는 없다.

모기퇴치제는 현지에서 구입한 것이 확실히 효과가 좋고, 값도 싸고 종류도 다양하다. 말라리아 약이 비싸고 구하기도 까다로운 한국과 다르게 아프리카의 웬만한 약국에선 현지 말라리아 종류에 맞는 약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선진국 의사들은 말라리아를 독감 등으로 오진하는 일이 부지기수인 반면, 관련 진료 경험이 많은 아프리카 의사들은 풍토병 진료에 있어서만큼은 전문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조건 아프리카 의료수준이 더 낮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번에 아프리카에 와서 새삼 놀라웠던 것은, 이곳 문맹률이 높은 한편 이중 언어 사용자 또한 많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 제1외국어인 영어 교육시장 규모가 20조 원에 달한다는데, 이곳에는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도 현지어와 불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만약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체로 게으르며 이것이 경제성장을 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이곳 회사들은 보통 아침 7시 30분이면 문을 열며, 토요일에도 은행이 영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고 싶다.

잠시 차를 멈추자 여성들이 과일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뛰어 왔다. (사진=EWB)

또한 이곳 여성 대부분은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땡볕에 어린아이를 업고 하루 종일 튀김이나 과일을 팔며 비공식적 경제활동을 한다. 한편 주 30여 시간 노동에, 두 달 가까이 바캉스를 누려도 잘만 사는 나라들을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땅을 상상할 때 떠오르는 한 단어가 이를테면 한국은 ‘김치’, 브라질은 ‘삼바축제,’ 아프리카는 ‘가난’이라면…? 광활한 대륙에 덧씌워진 편견이야말로 아프리카가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벗어던져야 할 족쇄일지 모른다.

‘빈곤의 포르노그래피’가 당장 더 많은 원조금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수동적인 수원국의 프레임에 가두고, 관광이나 투자유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줄곧 아프리카 빈곤을 클로즈업 해왔고, 아프리카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접할 아프리카는 다르기를, 아프리카인의 삶의 터전이라는 큰 그림을 담기를, 때로는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모습에 초점을 맞추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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