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보보-디울라쏘 시골 주민들. (사진=이다영)

[뉴스인] 이다영 = 요즘 많이 듣는 단어 중 ‘미니멀 라이프’가 있다. ‘미니멀 라이프’란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을 뜻한다. 물질적 풍요와 소비 팽배에 지친 현대인들이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생활공간과 소품을 줄이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미니멀리스트들의 인테리어와 정리된 옷들을 보고 있자니 부르키나파소에서 머물던 집이 떠오른다. 1년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필수품만 이민가방에 넣고 떠난지라, 거실과 부엌, 방 2개짜리 숙소에 혼자가 된 순간엔 집이 텅 빈 느낌이었다.

세 칸짜리 옷장은 두 칸 밖에 차지 않았고, 책상 위엔 선임이 두고 간 스피커와 한 뼘 남짓한 책 몇 권, 스킨로션이 전부였다. 거실도 식탁과 의자 2개, 냉장고와 밥솥, 한국 식료품이 든 상자 한 개가 전부였다. 허전하다는 말이 딱 맞았다.

하지만 무소유의 인생을 살아보겠노라 떠난 것도 아니었고, 소비사회나 복잡한 사회생활에 권태를 느껴 정리하고자 떠난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관계, 새로운 업무로 나를 더 채워보고자 떠난 행보였거늘 처음 맞은 것은 텅 빈 공허함과 허전함이었다.

부르키나파소 전통 수공예품. (사진=이다영)

부르키나파소에서 전통 수공예품으로 유명한 보보-디울라쏘(Bobo-Dioulasso) 지역으로 출장을 갈 때면 집안의 허전함을 채워보고자 조각품들을 하나둘씩 사오곤 했다. 아는 분들이 가구를 처분한다고 하면 내 숙소에 들여놓을 것은 없나 보려고 찾아갔다. 부르키나파소엔 우리가 입을만한 기성복을 살 곳조차 없어서 전통복장이라도 맞춰 입었다.

거기서 내 삶은 의도치 않던 미니멀 라이프였다. 볼 것도 없는 와가두구에서 뭐라도 하나 더 갖추려는 마음이 가득했다. 이런 마음은 현지인, 아니 사람이라면 다를 바가 없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집안 물건을 버리려고 내놓으면 모든 것을 다 주워가서 쓰레기통에 남아있는 것이 없었고,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집을 크게 짓고 싶어 하고 집 안에도 화려한 커튼과 가구들, 장식품으로 가득 차있다.

부르키나파소 부촌에 위치한 호화로운 대저택. (사진=이다영)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누군가는 ‘인생에서 넘치는 것을 없애고, 물건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1년간의 부르키나파소 생활을 하고 한국에 들어온 뒤 이 사실을 제대로 깨달았던 것 같다.

미련하게도 1년간 나를 채우려고 애를 쓰다가 돌아왔지만 한국에 와보니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찾지 않아도 갖고 싶은 것은 언제든 내 손에 쥘 수 있는 곳이 한국 사회였다. 한국이 이렇게 풍요로웠던가 싶었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가질 것을 다 가질 수 있으면서도 항상 소비욕구와 공허함에 많은 이들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르키나파소 전통복장을 맞춰 입은 EWB 직원들. (사진=이다영)

부르키나파소에서 나는 맞닥뜨리는 대로 살아가느라 이 사실을 심도 있게 고찰한 적은 없었지만, 없는 중에 몇 개월 살아보다 보니 그냥 그 곳이 좋았다. 왜 그랬을까? 누군가 너는 부르키나파소가 좋더냐? 왜 그리 좋더냐? 물어본다면 나는 항상 ‘사람이 좋다’고 대답해왔다.

볼 것은커녕 기념품으로 사올 것조차 없는 그 땅에서 나는 그들의 넉넉한 웃음에 감동했다. 하루하루가 어렵든 살만하든 상관없이 모든 부르키나베들로부터 웃음을 보았다. 그들의 집엔 자동차가 3개일 때도 있었고, 아이의 신발조차 없을 때도 있었다. 혼자 들어서는 텅 빈 집에서 내가 허전하지 않은 때는 그 사람들과 함께 웃고 돌아오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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