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본 부르키나파소 (사진=한아로)

[뉴스인] 한아로 = 부르키나파소에서 느꼈던 의문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와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민족간의 역사적 운명이 달라진 궁극적인 원인을 파헤치고자 한다. 내가 이 책에 크게 공감하는 이유는 ‘민족간의 차이는 환경에서 왔다’는 저자의 말이 내가 1년간 부르키나파소에 살면서 느꼈던 것이기 때문이다.

부르키나파소에 살면서 가장 많은 한 생각은 과연 부르키나파소가 언제쯤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항상 척박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유럽의 식민지에 대한 분노와 의문이 떠오르곤 했다.

KBS 인간극장에 나왔던 콩고난민인 ‘욤비’씨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욤비씨가 아들에게 아프리카의 위대함과 광활한 자연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아들은 ‘그러게 왜 우리가 바보같이 저 땅과 자원을 뺏겼냐’ 라고 말한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가끔 우리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이해하는 오류에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둑이 창문으로 침입해 돈을 뺏어 간 것은 창문을 닫지 않은 집주인의 잘못인가? 답은 너무나 뻔한 것 같다.

흔히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게으르다’라는 편견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그들은 천성이 게으른 것이 아니라 환경 때문에 게을러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실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게으르다’는 단어조차 다른 단어로 바꾸고 싶기도 하다.

45도를 넘나드는 햇빛아래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10분만 달려도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에어컨이 있는 차를 타고라도 시내 한번 나갔다 오면 진이 다 빠진다. 또, 아무리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일해도, 인공적인 바람이 주는 피곤함과 추위는 선선한 들바람이나 바닷바람이 주는 자연바람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어딜 가나 황토색 흙먼지가 가득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푸릇한 숲이나 바다를 보면 눈과 마음을 안정시키기는 힘들다.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은 보통 점심시간을 포함해 12시부터 3시까지 낮잠시간인 씨에스타(siesta)를 가진다.

자연환경이 풍부하고 계절이 다양한 한국이나 유럽조차도 대부분의 식당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데,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씨에스타를 갖는 사람들에게 누가 ‘게으르다’는 프레임을 씌웠는지 의문이다.

타고난 자연환경을 사람이 극복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극복하기 힘든 환경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빼앗는 사람은 더더욱 그들을 힘들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빼앗는 사람들’에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빼앗긴 사람들’에겐 응원과 관심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1년 동안 부르키나파소를 위해 일했지만, 이제 한국에 돌아온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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