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one) 이야기가 마치 유일한(only) 이야기인 것처럼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는 말합니다.

이에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NEWSIN)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NGO)입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6월 말 에티오피아 출장 중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수도 아디스아바바 전경. (사진=김연지)

[뉴스인] 김연지 EWB 간사 = 지난해 여름, 아프리카로 출장을 떠났다.

에볼라(Ebola)에 대한 무서운 뉴스가 이전보다는 뜸해지고 잠잠해졌지만, 출장지가 아프리카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받기도 했다. 내가 가는 곳에선 에볼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그들을 안심시키면서도, 출장지 중 한 곳이 서아프리카였기에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매주 가던 교회 유아부 봉사에 귀국 후 한 주 정도는 가지 않겠노라 했다.

출장을 위한 짐을 싸면서 한국의 여름보다 무더울 그곳의 날씨에 대비해 통풍이 잘되는, 한국에선 전혀 입지 않을 냉장고바지 한두 벌과 햇볕을 가려줄 모자를 구입했다.

하지만 직접 만난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무더운 기후와 사막의 황량함 또는 초원의 광대함만이 존재할 것이라는 머릿속 아프리카의 이미지들은 편견이며 나도 모르는 새 주입된 그림들이었다.
 
◇ 같은 아프리카 맞아? 너무 다른 모습들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는 낮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추위에 벌벌 떨며 지내야 했다. 먼저 다녀온 팀장님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 하며 청바지와 얇은 니트, 둘둘 접어 가방에 넣기 좋은 얇은 다운재킷을 한 벌 챙겨갔지만, 그곳의 추위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밤에는 이불 위에 두꺼운 담요를 또 한 장 덮고, 몸을 한껏 웅크리고 나야 잠들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 차를 타고 다니면 이런 공사 현장이 많다. (사진=김연지)

놀라운 것은 날씨만이 아니었다. 에티오피아 볼레국제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도시는 정말 도시라고 할만 했다. 꽤 높은 고층 건물들과 한창 진행중인 건설 현장들, 매연을 내뿜고 달리는 차들. 하지만 동행한 팀장님은 공항에서부터 규모에 놀랐다고 한다.

나는 이후 부르키나 파소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에티오피아는 정말 발전된 곳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시내에는 영화관과 최신식 오락실을 갖춘 쇼핑센터도 있었으며 도로 중앙에는 중국 자본과 기술로 놓여진 트램 레일 공사가 막바지였고, 고가도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의 놀라움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부르키나 파소에 도착해서는 에티오피아와는 또 다른 풍광이 나를 놀라게 했다. 먼저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감싼 더운 공기. 아직도 부르키나 파소를 떠올리면 더위, 더위, 또 더위가 떠오른다.

부르키나 파소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수레에 앉아 당나귀를 몰고 있다. (사진=김연지)

부르키나 파소는 서아프리카 사헬지대에 위치한 나라로 국민 대부분이 극빈층인 아프리카 최빈국이다. 때문에 수도라지만 ‘와가두구’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크게 못 미쳤다.

빨간 흙먼지가 날리는 흙길과 발목까지밖에 자라지 못한 풀들, 맨발로 돌아다니는 마을 아이들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아프리카의 이미지에 가까웠지만, 또 어떤 마을은 그와 달리 녹음이 깔려있었다.

출장 내내 골목에 풀어져 있던 양들과 닭, 수레를 끌고 가는 당나귀, 풀을 뜯어먹는 소떼들을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어미와 떨어져 목을 축이는 어린 물소를 노리는 암사자의 무리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부르키나 파소 수도 와가두구 거리 모습 (사진=김연지)

◇ 미국 가세요? 저는 부르키나 파소로 출장 갑니다

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차에서 팀장과 나눈 얘기가 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하나의 나라로 생각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미국 뉴욕으로 출장을 갈 때 “북아메리카로 출장갑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미국으로 출장가요”, 또는 “뉴욕으로 출장가요” 한다. 여행 갈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 중 “아시아로 여행가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해외 배낭 여행기를 담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꽃보다 시리즈에서도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 ‘꽃보다 청춘 페루편’,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은 있지만, 유독 나미비아만은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이 아닌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이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처럼 하나의 대륙에 불과한 아프리카는 왜 사람들에게 하나의 나라로 여겨지는 것일까? 나 또한 그랬듯이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텔레비전과 책에서 그리는 하나의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여도 기후와 사는 모습, 사람들의 얼굴 생김과 체격, 문화가 정말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말이다.

아프리카는 아시아나 북아메리카처럼 다양한 나라들이 모여있는 하나의 대륙이다. 이후부터 아프리카로 출장을 간다면 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에티오피아와 부르키나 파소로 출장가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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