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 아프리카 최빈국 '부르키나 파소' 문해교육

서아프리카 최빈국 '부르키나 파소' 아이들. 사진=국경없는 교육가회 제공

[뉴스인] 박소혜 기자 = 부르키나 파소.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주변에선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프리카대륙 서쪽의 최빈국,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이 나라는 대한민국 주요 원조국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관심 밖이다.

이런 부르키나 파소(Burkina Faso)를 앞마당 드나들 듯 하는 이들이 있다. 자급자족 수준의 경제활동이 전부였던 주민들에게 밭을 일구고 가축을 키워 시장에 내다 팔도록 했을 뿐 아니라 글을 모르는 상당수 주민들이 그들의 부족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바로 ‘국경없는 교육가회’ 사람들이다.

지난 2007년 교육을 통해 빈곤을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교육자들을 모아 (사)국경없는 교육가회(Educators Without Borders, EWB)라는 비영리기구를 만든 김기석 대표(67)는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나라다. 이러한 교육 경험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간다. 가장 먼저 인연이 닿은 곳이 바로 부르키나 파소였다”고 말했다.

국제학술대회에서 만난 아프리카 친구들과 ‘천년의 약속’이라는 약주를 나누며 초청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는 김 대표는 지난해 부르키나 파소 정부에서 주한 명예영사로도 임명됐다. 2년 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한 뒤 서울여대 국제협력 석좌교수로 있는 김기석 대표는 평생 연구해온 교육학을 지역과 언어를 초월해 지구촌 이웃에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국경없는 교육가회 김기석 대표(가운데), 박수정 팀장(오른쪽), 김연지 간사(왼쪽). 사진=최문수 기자

20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서 김기석 대표를 비롯해 국경없는 교육가회 박수정 팀장과 김연지 간사를 함께 만났다. 이들은 이름도 낯선 그 나라에서만 나는 대서양의 물고기 이름이며, 부르키나 파소 주민들의 다양한 치킨 요리법까지 꿰뚫고 있었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를 설립한 김기석 대표가 아프리카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문수 기자

“제가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닮았잖아요. 그래서 ‘코리안 빌 클린턴’을 줄여서 ‘코빌’이래요. 가면 ‘코빌, 이리 와봐’ 이러면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요. 그들의 언어는 모르지만 눈빛을 보면 참 하고 싶어 하는 게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김 대표의 말이다.

지난 2009년 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부르키나 파소를 돌아보고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문해(literacy)교육이다. 공용어인 불어는커녕 마을마다 통용되는 부족어조차 읽을 줄 몰라 마을 밖을 나가는 것도 두려워했던 주민들을 보며 선택한 것이다.

부르키나 파소 주민들이 부족어를 읽고 쓰는 '문해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국경없는 교육가회 제공

현지 파트너 기관인 ‘비정규교육진흥협회(APENF)'와 함께 우선 불어로 현지 문해교사들을 키우고 그들이 각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부족어를 가르치도록 했다. 3년 과정 커리큘럼을 마친 교사들이 지난 6년간 880여명. 이들로부터 읽고 쓰는 법을 깨우친 농촌여성들은 이정표를 읽고 길을 잃지 않게 됐다. 생활반경, 즉 세계의 확장이다.

국경없는 교육가회 박수정 팀장. 사진=최문수 기자

박수정 팀장(30)은 “아이가 지지대를 잡고 걸음마를 막 떼어 한 발짝 내딛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이제 무섭지 않다’고 표현했다. 시장에 나가서 셈을 할 수 있게 됐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게 됐다. 경이로운 효과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공교육 여건이 가장 열악한 부르키나 파소 주민들을 조금씩 소통하게 만든 이 사업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받기에 이른다. 이들은 더 나아가 기술연수교육도 추진했다. 돈을 버는 것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렸다.

박 팀장은 “소득이라는 게 거의 없는 주민들에게 소액을 대출해주거나 재료비를 지원해 소와 닭을 사서 키우고 경제활동을 시작하도록 했다. 음식도 사고 비상약도 사고 재투자도 하면서 자립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이 인원은 벌써 1100여명이 된다.

변화와 가능성을 경험한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지속가능한 자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더 분주해졌다. 부르키나 파소의 한 마을 족장에게 200에이커(acre)에 이르는 땅을 기증 받아 현지 파트너 이름으로 등록해 건물을 짓고 있다. 농업과 축산 등 기술연수도 받고 글을 가르치는 교원을 양성할 수 있는 ‘적정기술연수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뜻에 동참한 현지 교육부에서 12억원 가량을 지원했고, 현지 자수성가 대기업도 사업자금 3000만원 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에 준공되는 이 센터가 거점이 되고 모델이 돼서 교육사업을 확장하면 더 많은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없는 교육가회의 활동무대는 에티오피아, 세네갈, 케냐, 앙골라, 콩고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로도 넓어지고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활동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국경없는 교육가회 김연지 간사. 사진=최문수 기자

김연지 간사(27)는 “에티오피아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멘토링사업을 시작한다. 특히 가사노동 등으로 공부를 이어가기 힘든 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저축의 개념도 함께 심어주고 있다. 세네갈에서는 제조업 등 산업인력을 키우기 위해 교원연수를 하고, 케냐에서는 컴퓨터 교육부터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를 만든 김기석 대표는 인터뷰 중간중간 박수정 팀장과 김연지 간사에게 말할 기회를 여러 번 양보했다. 문은 직접 열었지만 젊은이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면서 말이다.

“교육이란 게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잖아요. 현장에서 고생하며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이에요. 국경과 같은 인위적 장벽을 깨부수고 교육이 필요한 곳에 직접 간 거거든요. 아마 10년 뒤엔 북극에 가도 빈곤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 있을 걸요? 앞으로 이 사람들이 잘 해나가는 거 보시고 많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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