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03.01 /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03.01 / 사진=[뉴시스]

[뉴스인] 이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자국중심주의 패권 갈등과 신냉전 우려 속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강조하며, 우리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가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최근 미중 패권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속에서, 지정학적 특수성을 가진 한반도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강한 힘을 길러야 한다는 뜻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거행된 제103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코로나 위기 속에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며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에게는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의 한복판에서 시작한 한국판 뉴딜은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전략이 됐다"면서 "경제가 안보인 시대, 글로벌 공급망의 어려움도 헤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는 다자주의에 입각한 연대와 협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다"며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신남방정책,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신북방정책, 중남미와 중동까지 확장한 외교로 경제협력과 외교·안보의 지평을 넓혔다"고 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 강국' 꿈…"오늘 우리는 해내고 있어"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이제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부강한 나라가 됐다"면서 "무엇보다 가슴 벅찬 일은, 대한민국이 수준 높은 문화의 나라가 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밝힌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까마득한 꿈처럼 느껴졌던 일지만 오늘 우리는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문화예술은 전통과 현대 문화를 한국이라는 그릇에 함께 담아 새롭게 변화시켰다"며 "한 세기 전, 선열들이 바랐던 꿈을 이뤄내고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K-팝(케이팝)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며 "BTS(방탄소년단) 열풍을 두고 '포브스'는 '새로운 표준'이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또 "영화 '기생충'은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했다"며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이 세계의 사랑을 받고 '오징어 게임' 등 우리 드라마가 연속 홈런을 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영국 월간지 '모노클'은 우리의 소프트파워를 독일에 이은 세계 2위에 선정했다"며 "우리 문화예술의 매력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순방외교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은 역대 민주 정부가 세운 확고한 원칙"이라며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안에서 넓어지고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 문화예술은 끊임없이 세계를 감동시킬 것"이라며 "우리에게 큰 자부심을 주고 있는 문화예술인들과 문화예술을 아껴주신 국민들께 한없는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 한반도 평화 반드시 필요"

아울러 문 대통령은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 다양한 세력이 임시정부에 함께했고, 좌우를 통합하는 연합정부를 이뤘다"며 "항일독립운동의 큰 줄기는 민족의 대동단결과 통합이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 끝나지 않은 노력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됐다"며 "우선 우리가 이루어야 할 것은 평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우리 정부는 출범 당시의 북핵 위기 속에서 극적인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도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 대화가 끊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대화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전쟁의 먹구름 속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를 꿈꾸었던 것처럼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100년 전의 고통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를 통해 민족의 생존을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높이고, 평화 속에서 번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日, 역사 직시해야…불행했던 과거 딛고 미래 협력"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선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할 것을 요청했다. 또 양국의 협력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며 "우리 선조들은 3·1독립운동 선언에서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의 마음도 같다"며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은 지금,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한때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넘어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 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그리고 공급망 위기와 새로운 경제질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함께하기 위해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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