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호 논설위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러시아연방변호사)
차윤호 논설위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러시아연방변호사)

[뉴스인] 차윤호 논설위원 = 새해 벽두부터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과 러시아간 ‘기싸움’이 정점을 찍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은 냉전시대 이후 최고치다. 연일 국내외 언론 주요 뉴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가 그 중심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되는 미국과 러시아간에 주고받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과연 미국의 확신과 예상대로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날까. 아니면 외교적 해법을 찾을 것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과 미국과 러시아간 충돌은 유라시아 극동의 정반대쪽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을까.

그동안 우리는 러시아는 좀 알아도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아는 정보가 부족했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인과 맥을 같이하는 슬라브계 민족이다. 지리적으로도 러시아 남서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때로는 러시아와 문화와 역사를 같이 공유하면서 오랫동안 다른 나라로 살아왔다. 1917년 레닌의 사회주의 볼셰비키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연방(소련)으로 편입되어 같은 나라였다가 1991년 소련 붕괴 후 소비에트연방 공화국들이 각자 분리 독립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정상국가가 되었다. 두 국가의 언어나 문화 종교 등은 거의 비슷하다. 현대에 와서 두 국가의 구분과 특징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스스로를 유럽과 유럽인이라 생각하고 있고, 러시아인들은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일명 ‘유라시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군사적 갈등은 지속되고 있는가? 답은 우크라이나가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요인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유라시아 대륙으로 대표하는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어 어원으로 ‘우크라이나’는 ‘국경지역’이라는 의미다.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포함한 유럽 세력과 군사강국인 자칭 유라시아 세력을 대표하는 러시아와 양대 세력이 충돌하는 교차로 즉 완충지대에 있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의 중요성은 다음 글자로 설명이 된다: “우크라이나를 잃는 것은 러시아의 머리를 잃는 것과 같다”, “우크라이나 없는 러시아는 더 이상 제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 후 약 30년 동안 정치인의 탐욕과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에 있다. 경제 발전의 실패와 정치인들의 부패와 무능력에 기인한다. 여기에 심각한 경제난과 국민 분열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 부재로 볼 수 있다. 국가의 정체성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친 유럽으로! 아님 친 러시아로!” 국민 분열과 국가 정체성 부재의 연속이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잃고 에너지를 포함한 경제정책도 실패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자주국방과 국가 정체성 부재를 겪는 우크라이나는 2014년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으로 러시아에 대한 강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러시아에 척을 지면서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을 희망하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이 재 점화 되었다. 미국을 포함한 유럽 일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국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관망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우리는 거의 대부분 미국의 언론 미디어 시각을 통해 정보를 얻고 문제 본질에 대한 참과 거짓을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더 정의롭고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핵심 의도는 전쟁이 아니다. NATO의 동진을 우크라이나에서 멈춰 세우고 우크라이나를 NATO와 러시아의 완충지대로 남겨놓는 것이다.

러시아입장에서 보면, 1990년 독일 통일과정에서 소련의 동의를 얻기 위해 당시 미국 국무장관인 제임스 베이커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독일이 통일되면 독일의 동쪽지역으로 NATO를 확장시키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미국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련 군대는 냉전 종식과 함께 바르샤바 조약기구(WTO)를 해체하고 동유럽에서 철군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 동안 NATO는 동쪽으로의 확장 정책을 펼쳤고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위성국가들을 NATO에 가입시키면서 갈등을 키웠다. 이제는 러시아 안보에 핵심이익(core interests)이자 완충지대라 여겨왔던 우크라이나까지 NATO에 가입 한다고 하니 러시아는 앞마당에 NATO군의 미사일이 배치되는 상황을 용인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강경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러시아가 또 다시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다면 이것은 미국과 국제연합(UN) 시스템 전체에 대한 전면적 도전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대응 하겠다”라고 공언하고 있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미국은 서방세계로부터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위신과 체면을 꾸겼다. 현재 미국은 인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힘겹게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단결과 경찰국가로서 위신과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본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이 발신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내용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미군의 개입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 메시지의 함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전쟁이 NATO와 미국에까지 확장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21세기 미국의 대외정치 목표와 핵심은 변방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현재 미국은 인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과의 총성 없는 패권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점에서 러시아에 대해 미국이 무력으로 대응할 경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두 국가와 동시에 전선을 대립할 수밖에 없다. 악화되면,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을 블록으로 하는 신 냉전 구도가 형성 될 수 있다. 미국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이미 푸틴 대통령은 총성 없이 이번 게임에서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군대를 철수 할 명분만 남았다. 미국과 일부 NATO회원국은 러시아 체제와 위기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불법적 군사행동은 국제법상 정당성이 없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와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전쟁은 러시아도 잃는 것이 아주 많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감을 조절하면서 명분을 찾아 출구전략을 고민 할 것이다. 결국, 게임에서 피해는 우크라이나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한민국 안보에 주는 전략적 함의는 크다. 우리는 인도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선언한 미국과 동아시아에서 패권 국가를 선언한 중국의 총성 없는 전쟁 틈새 속에서 한반도의 위기관리 능력을 배가[倍加]시켜 나가야 한다. 3월 9일에 탄생될 새 정부는 대북 문제와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복잡한 국제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잘 읽는 혜안을 가진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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