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과 운동화, 중저가 와인, 정원을 가꾸기 위한 식물의 씨앗 판매량이 불황 속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스팸과 무어 스튜, 호멜 푸드의 칠리 통조림 등의 인스턴트 식품류 매출이 상승에 힘입어 올 1·4분기 식료품 부문의 매출은 6%가 올랐다.
이는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계 예산을 줄이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먼저 자동차와 대형 전자제품을 비롯한 값비싼 물품 구입을 멀리 하는 대신, 개인적으로 또 재정적으로 커다란 부담이 가지 않으면서도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물품에 대한 소비를 늘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유명 백화점 삭스의 지난달 매출은 무려 32%가 급감했으며, 굿윌 산업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캐나다와 미국 내 중고매장의 매출은 7%가 늘어났다.
소비자 조사업체 인바이로셀의 파코 언더힐은 이 같은 현상은 매 경기침체 시기마다 볼 수 있다며, ‘어떻게 하면 집에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소비자들의 질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언더힐은 “소비자들은 자신의 집과 즉각적인 행복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씨앗이나 낚시 장비와 같은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사들이게 된다. 또 립스틱이나 초콜릿은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작은 보상이라는 의미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2위 초콜릿 제조업체 허쉬사의 올 1·4분기 순익은 20% 급증했으며, 크래프트푸드사의 마카로니&치즈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두자릿수가 올라갔다. 콘돔 판매량은 지난해 4·4분기 5%가 늘었으며, 온라인데이트사이트 ‘매치닷컴’(match.com)도 지난 7년 이래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마트와 달러트리 등 할인매장의 매출도 늘어나 달러트리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포춘 500대 기업 중 499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불황 덕을 톡톡히 봤다.
이 외에도 술집이나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은 줄어든 대신 집에서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미국 내에서 캘리포니아산 와인 총 4억6700만 병이 팔려나가 매출이 2%가 늘었다. 운동화 역시 지난해 매출 2% 증가의 기쁨을 맛봤다.
경기 침체는 그러나 미국인들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시카고에 위치한 시장조사기관 ‘인포메이션리소스’는 지난 4월19일을 끝으로 하는 52주 동안 설사약의 판매량이 11.5% 증가하고, ‘펩토비스몰’과 ‘필립스’ 등 소화제의 매출은 8%가 올랐다고 전했다.
총기류의 판매도 늘었는데 미 총기판매업체인 ‘스미스앤웨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5%가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기류의 총 판매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사냥용 총기류의 판매량은 46%나 줄어들어 여가 목적보다는 불황 속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총기를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