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적 차이 외면하는 여성가족부 국제결혼 정책, 다시 한 번 생각해야

서울 정부청사 여성가족부앞에서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법룰 시행령개정을 요구하는 국제결혼인권연대 회원들
서울 정부청사 여성가족부앞에서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법룰 시행령개정을 요구하는 국제결혼인권연대 회원들

[뉴스인] 신태식 = 요즘 우리 주위를 보면 참 많은 다문화가정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단일민족이란 수식어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 옛말이 된지도 오래되었다. 한국의 2,30대 남성들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불황이 깊어진 탓도 있겠지만 대학졸업 후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자력으로 결혼하고 출산하여 가정을 꾸리기에는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그러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훌쩍 넘어가면 TV에 나오는 '나 혼자 산다' 프로를 보면서 스스로 쓴 웃음이나 짓는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의 현실, 높아진 여성의 눈높이,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 적령기를 놓친 많은 남성들은 국제결혼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결혼 종사자들로 구성된 '국제결혼 인권연대'는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의 2(신상정보 제공)의 조항이 결혼의 자유선택권을 강제로 제한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서울청사 여가부 앞에서 97일째 시위를 하고 있다. 

여가부는 2014년부터 한국남성이 국외 현지에서 여성을 선택할 때 맞선 전 서류로 혼인관계증명서, 범죄경력증명서, 건강검진서, 재직증명서 등을 번역, 공증하고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의 영사확인 절차를 거쳐 이용자에게 서면 제공 및 교부를 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불법적 혼인사기를 막고자 하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나 한국과 개발도상국의 현실적 차이를 전혀 모르는 정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국 측 이용자는 위 4대 서류를 쉽게 발급하여 공증할 수 있으나, 한국남성과 국제결혼을 많이 하는 대다수의 외국 여성들에게 이러한 법적 절차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이들에게 경비를 부담하며 현지에서 한국의 법적인 절차를 갖추라고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국 현지 법령의 차이와 공직사회의 업무처리 등을 살펴볼 때 서류신청 시 장기간이 소요되고 발급과정 또한 투명하지 않아 결혼하려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위 4대 서류를 발급받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의 상당수 국가가 맞선 전 준비서류로 위 4대 서류를 준비하는데에는 거의 한두달의 월급을 쏟아 부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30일 가량이 소요되어야 겨우 발급되는 현지의 행정서류, 그리고 공증과 재외공관 영사의 인증까지, 한국남성과 맞선을 보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이것이 여가부의 현실을 외면한 악법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현지 여성들이 이러한 서류를 모두 준비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으므로 대부분 중개사업자가 맞선 비용을 모두 대납해 주어야 하는데 만약, 3개월의 서류기한이 끝나면 또 다시 처음부터 비용을 다시 들여 맞선 준비서류를 갖추어야 현행법을 맞출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고스란히 이용자(신랑)들에게 그 비용이 전가되는 낭비적인 외화유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발급된 서류로 맞선을 진행하게 되어도 그 과정에서 예비신부의 상황에 어떤 변수가 발생해 맞선이 무산되면 고스란히 종사자가 경제적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 차라리 맞선 이후 곧바로 서류를 발급해 진위 여부를 가려 성사시키거나 신상정보가 사실과 다를 시에 신속히 재 맞선을 추진하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시간과 비용면에서 경제적이고, 현지상황 등을 고려할 때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이다. 

바쁜 직장생활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가 결혼 적령기를 놓치게 되고 그나마 결혼을 위해 멀리 외국까지 애써 출국하는 남성들에게 이렇게 현실을 외면한 법은 허탈하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성가족부에 맞서 97일째 시위중인 국제결혼 인권연대 회원들
여성가족부에 맞서 97일째 시위중인 국제결혼 인권연대 회원들

그동안 국제결혼 종사자들은 현지 상황과 법을 고려하여 예비신부의 맞선 전 서류를 신분증, 호적, 유사서류, 미혼책임 서약서 등으로 맞선에 임하고, 3~4개월 이후에 하는 혼인신고 전까지로 서면 제출을 늦추어도 이용자에게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음을 여가부에 알려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으나 번번히 묵살해 왔다며, 실제로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 소개자들과 무등록자(거짓 개인소개)들은 10년 이상 전혀 문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돼도 3년간 중개업을 못하게 하는 여가부의 강력한 행정처벌로 인해 국제결혼 사업자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경험없는 대리운전, 화물차운전, 식당개업, 배달직종 등 생계를 위한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렇게 여가부에 맞서 97일째 억울함과 분노를 안고 서울청사 여가부 앞에서 시위 중인 '국제결혼 인권연대(사진)'의 모습을 보면서 여가부가 조금 더 현실을 직시하고 이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국가가 한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선택권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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