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SNS에 올린 시, 딸이 책으로 출간 '선물'

▲장정금 작가의 '당신 떠나고 나니 딱 두 줄 남네요' 
▲장정금 작가의 '당신 떠나고 나니 딱 두 줄 남네요' 

[뉴스인] 민경찬 기자 = 한 여성이 SNS에 틈틈이 올렸던 '두 줄 시'가 책으로 나왔다. 

책의 저자 장정금(52) 작가는 2013년 1월 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부터 페이스북에 두 줄 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두 남자(남편, 아들)와 살면서 느낀 생활의 단상들이다. 

여름 이불은 얇게 부친 감자전
겨울 이불은 두툼한 동래 파전
 - 이불, 12쪽.

페이스북에 써놓은 글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틈틈이 써 내려 갔다. 생활 속 희노애락을 두 줄로 압축해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뽑아냈다. 반응도 좋았다. 그러다가 2016년 9월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글쓰기는 멈춰졌고 미국에서 졸업 후 인턴 생활 중이던 딸도 돌아왔다.

딸 곽내영(세종문화회관 무대기술팀) 씨는 유학 중에 읽던 엄마 페이스북의 글들은 집밥 같았다고 했다. "친구들과 같이 읽으며 배꼽 잡고 웃기도 하고, 엄마의 생활이 보이고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기도 했죠"라면서 게시물에 많이 달렸던 "책으로 내세요"란 댓글을 보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 한 스님께 토정비결을 봤는데 '엄마 책은 딸이 내줘야 해'라고 하셔서 2021년이 가기 전에 책으로 내 엄마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라고 밝혔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 '당신 떠나고 나니, 딱 두 줄 남네요'(좋은땅 출간)다. 책 제목은 재활 치료 중이던 남편이 2018년 6월 세상을 뜨면서 이렇게 붙이게 됐다. 

▲장정금 작가(오른쪽)가 지난 9월 2일 딸 곽내영 씨와 함께 방문한 제주의 한 서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장정금 작가)
▲장정금 작가(오른쪽)가 지난 9월 2일 딸 곽내영 씨와 함께 방문한 제주의 한 서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장정금 작가)

장정금 작가는 "남편을 간병했던 내게 딸이 책으로 통 크게 선물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 작가는 "두 줄로 쓴 시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같다"라며 "곁가지를 쳐내 딱 두 줄로 정리 하려 밤을 샌 적도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앞으로는 이렇게 신선한 두 줄은 못 쓸 것 같다"라면서 "대신 손바닥만 한 짧은 소설(장편,掌篇)로 길이를 늘려 볼 참"이라고 밝혔다. 

장정금은 마흔두 살, 방황하기 좋은 나이에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The Artist Way)를 만났다.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매일 아침 쓰고, 산책하며 놀았더니 창조성이 팝콘처럼 튀었다고 했다. 페이스북에 위트 있는 두 줄 시를 쓰고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사연에 맞게 천에 바느질 한 고양이 273마리를 나누며 글과 나눔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그는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지금도 매일 아티스트 웨이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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