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노창현특파원 기자 = 매사추세츠의 한 젋은 여성은 벽장을 개조한 연구실에서 이콜라이 균을 유전적으로 변형시켰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파트타임 DJ는 자신의 다락방 연구실에서 구정물에서 킬러바이러스를 추출했다. 시애틀의 한 대학원 중퇴자는 허름한 창고에서 값싼 생물연료를 만들기 위해 식물균을 배양하고 있다..

자신의 다락방이나 벽장에 연구실을 만들어 놓고 각종 실험을 하는 ‘바이오 해커(Bio Hacker)’들이 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12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4면에 걸쳐 은밀히 각종 실험을 하는 ‘바이오 해커’들에 대해 조명을 했다.

바이오해커, 혹은 호비스트(Hobbyist)’로 불리는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DNA를 사들여 연구하기도 한다. 대개 난치병 치료약물이나 생물학적 연료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를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안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애틀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한 덴 헤이델(32) 항공우주연구원은 300 스퀘어피트의 창고를 임대해 값싼 생물연료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는 그가 이베이에서 사들인 원심분리기, 액화질소저장소, 등 2만달러 상당의 실험장비들이 있다.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의 아파트 벽장에서 암치료제를 연구하는 호비스트 캐서린 얼(23)은 ‘서모사이클러’라는 DNA를 이베이에서 59달러에 구매해서 스티로폼 상자로 만든 인큐베이터에 넣고 가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 그녀는 낯선 전화 한통을 받았다. 상대 남성은 생물학적 안보와 관련된 정부기관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이라면서 ‘개인실험실을 어떻게 만들게 됐느냐’, 집에서 이런 연구를 하는 다른 사람들을 아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저널은 위험한 병원균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테러집단이나 불량국가들에 흘러나갈 위험성 등 바이오 해커들의 활동이 과거에도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2007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인공 DNA를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면서 이것들로 열대전염병 에볼라나 천연두 등 해로운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DNA의 손쉬운 사용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판매과정이 검증되야 한다고 말한다. 극악한 의도가 있는 구매자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관련 규정은 모호한 상태이다. 어떤 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FBI의 대량살상무기 부서의 고위 직원은 “저렴한 가격으로 분자생물학기기들과 유전적 물질를 구입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 생물학적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이오 해커들은 너무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새총을 만드는 사람한테 이게 핵무기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바이오 해커들이 즐겨 방문하는 웹사이트 ‘DIY 바이오’의 창설자 맥켄지 카웰은 회원인 이용자들이 선의의 목적으로 안전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메디컬스쿨의 조지 처치 유전학과 교수는 차고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인공DNA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바이오 해커들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우리 세대가 NASA와 가정용 화학키트를 통해 연구의 열정이 우러나온 것과 같은 감정”이라고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댄스파티의 DJ로 일하는 필 홀츠만은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자기 집 다락방에서 치료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화학실험을 할 때 쓰는 유리관 파이펫과 다른 실험장비를 빌려서 구정물에서 살균 바이러스를 추출, 세균배양용 페트리 접시에 담아 실험을 하고 있다.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배양해 인체의 나쁜 박테리아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홀츠만은 “실험을 위해 하수관의 구정물을 옮겨 쓰는 연구의 한가지 문제는 악취”라면서 “룸메이트를 위해 다른 방법으로 재료를 얻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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