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는 중국 13억 인구는 첫 신종 플루 환자 발생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감염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승객 150명 가운데 130명 이상을 격리 조치하는 등 비상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이 남성의 여자친구와 그 아버지, 남성을 태운 택시기사도 격리 조치됐다. 중국 당국은 동승 승객 가운데 아직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나머지 승객들의 소재 파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틀 전 미국에서 귀국길에 오른 30세 남성 유학생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중국 위생부가 10일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 통보한 가운데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11일 감염자로 확인됐다.
바오(包)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노스웨스트 항공 NW-29편으로 브라질 상파울루와 일본 도쿄(東京)를 거쳐 베이징 수도(首都)공항에 도착한 뒤, 국내선 여객기로 갈아타고 10일 오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도착했다.
중국 위생부에 따르면, 이 남성은 국내선 여객기 기내에서 고열 증세를 보이며 기침과 인후통 증세를 보여 쓰촨인민병원에서 임상진단을 비롯한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종 플루 감염 의심환자로 분류됐었다. 쓰촨성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이 남성에게 두 차례 임상진단을 실시했지만, 신종 플루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위생부는 이에 따라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하고 이 환자가 탑승했던 항공기에 함께 탔던 전체 승객 150명에 대한 신원 파악에 나섰다. 아울러 청두 공항을 비롯한 중국 전역의 공항에 대한 방역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신종 플루의 중국 본토 상륙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실제 감염 환자 발생이 공식 확인되면서 중국 대륙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스 발생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대규모 전염병 확산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13억이라는 엄청난 인구 사이에 신종 플루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중국 당국을 비상 상황에 돌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신종 플루에 얼마나 잘 대비돼 있는지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사정이다.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신속한 대응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늘어났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던 중국 정부는 발 빠른 대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 가운데 일부는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중국 정부는 신종 플루 전염을 막기 위해 멕시코를 비롯한 미국 일부 지역과 캐나다 앨버타에서 수입되는 돼지고기의 반입을 전면 중단했다. 또 중국-멕시코 직항로를 취소했다.
아울러 플루 감염 증상이 있는 여행객은 미리 보고하도록 권고하고, 의심 여행객들은 최대 1주일 동안 격리돼 정밀조사를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이달 초 홍콩을 여행하던 25세 멕시코 남성이 신종 플루 감염자로 확진되면서, 중국 본토에도 플루가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 남성은 완전히 회복돼 10일 퇴원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공포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29개 국 4370명 이상이 H1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최소 53명이 사망했다. 신종 플루는 미국과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창궐하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는 아직 피해가 심하지 않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