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인] 장재필 기자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안 심사 결과에 대한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근거 없는 정치적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우려스럽다.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 예비심사결과를 의결했고,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국방위원회 소관 예산안 4,712억 원을 감액했다. 분야별로 순감액 규모를 보면 국방부 소관 전력운영비가 850억 원, 방위사업청 소관 방위력개선비는 6,500억 원이 줄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의 기조 하에 ‘국방개혁2.0’,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속한 추진’ 등과 맞물려 첨단 군사력 건설을 추진하면서 국방예산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8년 7.0%(전년 대비 이하 동일), 2019년 8.2%, 2020년 7.4%, 2021년 5.5%였고, 방위력개선비의 경우 2018년 10.5%, 2019년 13.7%, 2020년 8.6%였다. 참고로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 방위개선비 증가율은 4.8%였다. 그 결과 한국은 종합군사력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발돋음했고, KF-21 보라매(전투기), 독자설계하고 건조한 도산 안창호함(잠수함),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등 자주국방 수준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장병들의 복지와 인권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적 결정에 휘둘리는 급식 체계, MZ세대의 기호를 반영하지 못한 식단, 열악한 조리환경, 낙후되고 집단감염에 취약한 병영생활관, 저질의 피복, 각종 조달 비리는 개선의 기미가 없었다. 우리 아들딸들은 각종 가혹행위와 성범죄 앞에 노출되어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쌍팔년도 군대라는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형편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장병들은 온갖 부조리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고,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그 책임을 도외시 해왔다.
강군의 조건은 첨단 군사력 건설에만 있지 않다. 낡은 관성과 사고방식에서 얽매인 군사전략에 의존하면 제아무리 우수한 무기체계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강군의 제일근간은 무기체계나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다. 장병의 인격과 권리가 번번이 무시된다면 사기 저하는 물론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군이 은폐와 엄폐에 능하다고 하지만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올해 이어진 급식문제, 성범죄와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 집단 감염 등 사건사고로 인해 군에 대한 국민적 원망은 치솟고 있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 국민의 신뢰가 없는 군대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신뢰 회복의 기초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장병의 인권이 존중되고, 복지가 보장되는 군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결단하고 투자해야 한다. 지난 10월 민관군 합동위원회 권고 사항을 증액 의견을 반영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강군이 모습이 무엇인지, 공군 이 중사 부모님의 비통함을 달래드릴 방안이 무엇인지가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안 심사 기조의 출발점이었음을 말씀드린다.
방위력개선비는 최근에 착수된 계속사업은 일부 지연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감액하지 않았다. 이번 예산안 심사의 주요 대상은 신규사업이었다. 무기체계는 계약이 체결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체계개발 또는 구매 비용 외에도 물론 운영유지, 성능개량까지 고려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과거 각군별 나눠먹기 관행도 여전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꼼꼼한 심사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 했음을 밝힌다.
그 과정에서 뉴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할 초소형위성체계, 미래도전국방기술 등 예산은 일각의 삭감 의견에도 불구하고, 원안을 유지하거나 감액 규모를 최소화했다.
경항모 사업 감액은 각 부처의 협의를 존중해 정부와 여야가 합의한 결과다. 사업착수 전에 미진한 부분을 해소하고 이후 본격적인 추진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에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증액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예결특위의 심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항공통제기 감액은 소요군의 추가 소요 제기 및 도입 필요성, 기존 도입 E-737기 성능개량 소요와 맞물려 혼선을 빚고 있는 만큼 합참에서 내년도 상반기까지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결정을 내리고 추진할 것을 요청한 것이지 사업에 반대한 결과가 아니다. 적정 소요량이 최종 결정되고, 합당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이후 사업 추진 시 적극 협조할 것이다. 아울러 소위심사 과정에서 특정 해외 방산업체의 로비의혹이 제기되었음을 밝혀둔다.
일각에서 사전에 감액규모를 정해놓고 재난지원비 등 재원을 마련코자 했다는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결국 여당에서 추진하는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야당이 국방예산 삭감에 합의했다는 의미인데 이런 상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오히려 묻고 싶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 확정권한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다. 국회의 정당한 권한을 매표행위로 폄훼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반헌법적 발상에 따른 근거 없는 문제제기에 대해 엄중 경고하는 바이다.
예결특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간 예결특위는 상임위 예비심사결과에 따른 감액 결정을 존중해왔다. 이러한 관례가 존중되기를 바란다. 다만 증감액에 대한 합당한 사유가 제시된다면 우리 역시 열린 마음으로 토론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