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고 전쟁터를 누비는 무사나 말을 탄 고관대작의 행차는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말을 타고 다니는 승려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실제로 사극에서 보는 승려는 장삼 위에 가사를 걸치고, 손에는 목탁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 다니는 게 평균적인 모습이다.

이는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을 펼쳐 승려들이 말을 타고 다니지 못하게 한 점도 있지만 예로부터 불교는 승려들이 말 타는 것을 경계했다.

삼국유사에는 경흥우성(憬興遇聖)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경흥은 신라 신문왕때 국사(國師)에 봉해진 고승(高僧)이다.

어느날 화려하게 치장한 말을 타고 왕궁에 들어가는 길에 남루한 차림의 중을 만났다.

중은 손에 지팡이를 들고 등에 광주리를 메었는데 광주리 안에는 마른 물고기가 있었다.

이에 경흥의 시종이 "너는 중의 옷을 입고 있으면서 어찌 불도에서 금하는 물고기를 가졌느냐"고 나무랐다.

그러자 중은 "두 다리 사이에 산 고기(馬)를 끼고 다니는 것과 마른 물고기를 지고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한 것이냐?"고 응수했다.

이 말을 듣고 놀란 경흥이 사람을 시켜 중의 뒤를 쫓게 했는데, 중은 문수사 문 밖에 광주리를 버리고 사라졌다.

중이 들었던 지팡이는 문수보살상 앞에 있고 광주리 안의 마른고기는 소나무 껍질이었다.

경흥은 문수보살(지혜를 맡은 보살)이 나타나 말 타는 것을 경계했음을 깨닫고 다시는 말을 타지 않았다고 한다.

미륵보살(내세에 나타나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부처)도 말 타는 것을 경계한 부처였다.

불교 경전 보현장경(普賢章經)에서 미륵보살은 "내가 다음 세상에서 석가모니의 말법제자들을 구해줄 것이나, 말 탄 중들은 부처를 보지도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불교가 예로부터 말 타는 것을 경계한 것은 당시에 말이 사치품이었기 때문이다.

물욕을 경계하고 무소유를 설파하는 불교로서는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자료=한국마사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