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서 한 직원이 말 소변을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미국 드라마 CSI를 본 사람이라면 범죄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과학수사대의 멋진 활약상에 감탄했을 것이다.

24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마공원에도 CSI와 같은 조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과천 서울경마공원에 있는 도핑검사소로 십여 명의 화학전문가들이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공정경마를 사수하고 있다.

도핑검사소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경주마에 대한 도핑(doping)을 방지하는 일이다.

도핑테스트는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도핑테스트는 원래 경마에서 시작됐다.

1899년에 출간된 영어사전을 보면 doping은 '말에 사용되는 아편 또는 마약성분의 혼합물'이라고 돼 있다. 사전에 올라올 만큼 경주마에 대한 도핑은 일반화돼 있었던 것이다.

1900년에 영국에서 최다승 조교사가 됐던 위셔드가 코카인(마약의 일종)을 우승의 비결로 자랑스럽게 소개할 만큼 도핑은 유럽 경마계에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경주마의 건강과 경마의 공정성을 해치는 도핑은 19세기 초에 금지됐고 1911년 오스트리아의 화학자 프랑켈 박사가 최초로 도핑테스트를 시작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경마시행체는 수백 종에 달하는 금지약물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도핑테스트를 실시해 금지약물이 검출된 마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 경마의 약물검사체계는 무척 엄격해서 모든 경주마는 삼중, 사중의 철통 검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도핑검사소는 발주 3시간 전에 출주하는 모든 경주마의 혈액을 채취해 사전검사를 하고, 경주 후에도 사후 검사를 한다.

또 3착 이내 입상한 마필과 재결위원이 지정한 마필은 오줌과 혈액을 채취해 다시 검사를 실시한다. 여기에다 말들이 먹는 사료에 대해서도 상시적으로 검사를 해서 검사를 통과한 사료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철저한 검사체계 덕분인지 한국 경마 역사상 고의적인 약물 부정사건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소염제 등 의약품 처방으로 인해 극히 일부의 경주마가 제재를 받았을 뿐이다.

마사회 도핑검사소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와 인력은 국내 최고 수준인데, 유일하게 견줄 수 있는 곳은 대검찰청 마약감식과와 KIST 도핑컨트롤센터 정도다.

마사회 도핑검사소의 검출능력을 짐작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2007년도에 한 경주마가 경주를 앞두고 플루닉신이라는 금지약물이 검출됐다.

하지만 조교사나 관리사는 절대로 그런 약물을 처방을 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조사를 해보니 사실은 이랬다. 해당 경주마가 다른 마방에 들어갔다가 바닥에 깔린 깔짚을 먹었다.

그런데 그 깔짚에는 약물치료를 받은 다른 경주마의 오줌이 묻어 있었던 것이다. 극미량의 약물도 마사회 도핑검사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서울경마공원 도핑검사소 김상진 소장은 검사소 내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총책임자로 '서울경마공원의 길 반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경마보안센터가 검찰이라면 우리는 국과수다. 우리가 있는 한 약물 부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상진 소장의 자신감은 경마의 공정성에 대한 마사회의 자신감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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