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필자는 영국에 살면서 꼭 한번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텔레비전으로 시정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매번 시기를 놓쳐 버리고 지난해는 코로나로 개최가 취소되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그날이(2021.5월 22일 토요일) 왔다.

이번 공연개최국은 지난해(2019) 우승자의 나라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었고, 총26개국이 결선에 진출해서 경쟁을 했다. 공연은 거의 4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꼭 놓치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고 필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노래들을 시청하였다. 대부분 영어 가사의 노래였지만 자국어로 부르는 노래들도 있어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필자의 마음에 와 닫는 곡은 몇 곡 있었다. 그중에 스위스 참가자 Gjon's Tears의 솔로 곡으로, '불어'라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초보자인 필자가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목소리가 너무 맑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다음에 프랑스 참가자의 곡으로 ‘Voila’라는 곡인데 이 또한 '불어'라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뭔가 강한 호소력이 있었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러시아 참가자의 의상이었다. 러시아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서 곡도 러시아 다운 강한 파워를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1950 년 유럽 방송 연맹 (EBU)의 창립을 가져온 국경을 넘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2 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 간의 협력을 증진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이 대회의 시작은 스위스의 기업가이자 유럽방송연맹내의 수장이었던 마르셀 베장송(Marcel Bezençon)이 이탈리아의 산레모 가요제에서 영감을 얻어 유럽 국가 간의 경연을 추구하는 가요제를 제안한다. 이는 1955년 10월 19일에 열린 EBU 총회를 통해 공식화되었고, 1956년 봄에 유로비전 그랑프리(Eurovision Grand Prix)의 첫 대회가 열렸으며 상의 이름은 마르셀 베장송(Marcel Bezençon)이다. 1956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1년에 한 번씩 개최국을 바꿔가며 개최되고 있으며, 전 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나라에서 다음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전통이다. EBU(유럽 방송 연맹)의 정회원과 초대된 준회원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으며 2021년 현재 52 개국이 한 번 이상 참여했다.

'유로비전'이라는 명칭은 1951년 11월 5일 자 영국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소속 저널리스트인 조지 캠피(George Campey)가 처음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65년이나 이어진 전통 있는 이 콘테스트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필자가 좋아하는 '아바' 그리고 '셀린디온'이 출전한 곳이기도 하고, 많은 유명 가수를 배출한 이 대회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나게 텔레비젼 시청중에 이스라엘과 호주 참가자가 있어서 의아했는데 이스라엘이 EBU 정회원이란다. 의아하기는 하지만 아마도 유럽에서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호주는 2015부터 참가하게 되었는데 호주가 유럽인들의 이민국가고 또 이 프로그램을 즐겨 방영했으며 회원국에 가입하게 해 달라는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3시간 정도의 본 공연이 모두 끝이 나고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순서가 되었다. 필자는 점수가 어떻게 산정이 되는지 모르고 노래만 들었는데 막상 결과가 궁금해졌다. 먼저 참가 26개국에서 각 나라들이 선택한 국가에 12점을 주는 순서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동안에 필자가 좋다고 생각한 스위스와 프랑스가 계속해서 선택되는 것이었다. 역시 사람들의 듣는 귀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나의 선곡 능력을 자찬하며 함께 기뻐했다. 그래서 이것으로 스위스가 1위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라 배심원 점수가 남아있었다.

점수 방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각 나라에서 참가국에 주는 점수가 12점이 있고, 배심원 1000명이 주는 배심원 점수가 더해지는 방식이었다. 필자는 이것을 모르고 방송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배심원 점수는 최하위 순서부터 발표하였다. 필자가 살고 있는 영국이 어느 국가에서도 점수를 받지 않아 0점으로 꼴찌였다. 배심원 점수가 꼴찌인 영국부터 시작하는 데 배심원 점수를 발표할 때 영국참가들이 일어나서 환호하며 높은 점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배심원 점수도 제로 점수를 받았다는 발표에 아연실색해는 표정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였다. 필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전부터 ‘유로비전’에 참가한다면서 방송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면서 좋은 성적으로 돌아오겠다고 인터뷰까지 한적이 있는데 어떻게 완전 제로를 받을 수 있는지 본인들도 기가 막히는 것 같아 보였다.

영국을 이어  독일 스페인도 배심원점수가 낮아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 모두를 가장 경악하게 한 것은 이탈리아였다. 이때까지 이탈리아는 순위 밖에 있었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배심원 점수발표에서 300점이 넘는 점수가 발표되었다. 그동안 국가가 주는 점수에서 1위에 오른 스위스 참가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 공연이 끝나면 무엇을 제일하고 싶으냐?’ 는 질문까지 하고 거의 1위 확정 분위기였으며 유력한 후보자였는데 난데없이 이탈리아가 순식간에 점프해서 1위에 올랐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이제 각 나라가 발표될 때 마다 배심원 점수를 얼마나 가져가냐 가 관건이었다. 사실 이탈리아가 300점 이상을 가져가 버려서 얼마 남지 않은 표를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그동안 기쁨을 감추지 못한 스위스와 프랑스의 참가자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점점 좁혀져 오는 배심원 점수에서 우크라이나와 아이슬란드가 또 높은 점수를 가져 가버려서 이제 어쩌면 이 두국가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필자도 마치 축구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으로 제발 스위스와 프랑스가 우승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소망하게 되었다. 결국 이변은 없었고 이탈리아가 우승하게 되었고, 2위는 프랑스, 3위는 스위스가 되었다.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발표였고 오랜만에 생동감 있는 경기를 본 것 같았다. 발표 순간마다 우승 국가를 응원하는 기분이 들었고 또 이탈리아가 최종우승 국가가 되면서 허탈함과 아쉬움도 있었다. 처음으로 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의외의 반전 이였지만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 간의 협력을 증진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듯이 음악에 그치지 않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번에 결선 진출한 모든 곡들이 세계에 널리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이 되기를 희망한다. 특별히 필자가 선택한 스위스와 프랑스곡 가수들의 샹송을 한번 따라 불러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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