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포괄적지지... 다행
문재인 정부의 의도적인 입장 변화인지 아니면 협상력 부족으로 미국에 끌려간 결과인지 이제는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

차윤호 교수
차윤호 교수

[뉴스인] 차윤호 논설위원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분석하느라 국내외 언론과 국내 전문가들은 왈가왈부(曰可曰否)중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최고의 회담”이니 “더할 나위 없는 결과”라고 자화자찬중이고, 야당은 만족하지 못한 회담이고 호들갑을 떨 만큼의 성과는 아니다 라는 아전인수식 평가로 언론과 정치권은 국민의 귀와 입을 곡해시키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톤 백악관에서 열렸다. 국빈방문의 격이나 의전, 만찬, 형식은 뒤로하고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결과물인 양국 공동성명에 나오는 내용들에 대해서 평가해 보기로 한다. 주요 의제로는 양국 간 백신 협력, 기술협력과 투자, 북한 핵문제, 미사일 사거리 폐기,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 등으로 요약된다. 한미 정상회담 평가는 절제적이고 포괄적인 외교적 수사법의 포장지를 벗겨보면 그 맥락을 진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적표는 북한 문제를 제외하면 절반의 성공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은 수지맞는 외교를 했고, 한국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외교에도 가성비가 있다면 가성비 제로(zero) 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경제 등에서 동맹 강화를 약속했고,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포괄적으로 지지해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련한 외교 경험으로 명분과 실익을 챙겼다.

한국은 44조원의 투자약속으로 미국으로부터 얻은 것은 백신 협력, 공급망·첨단기술 협력, 미사일 사거리 폐지 그리고 북핵 문제 해결의 접근법에 대한 동의 등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살펴보면, 첫째, 백신 협력은 한미 정상회담 전부터 한국의 대기업들이 노력해서 추진해오던 내용들이다.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시설 능력을 결합하여 향후 백신 양산을 통해 양측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다. 사람에게 물은 목이 마를 때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 백신 수급 상황이 불안정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접종할 백신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말이나 내년에는 우리 스스로 백신 수급확보가 가능하다. 정상회담 전부터 정부는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협력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백신 공급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희망 고문을 해왔다. 결과는 빈손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약 55만분)에게 미국산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약속 정도이다. 이를 계기로 한미간에 글로벌 핵심 사안인 백신 공급망 협력과 기후변화 대응 등의 파트너십 구축이 예상된다.

둘째, 공급망·첨단기술 협력과 투자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용으로 양국 간 5세대(5G) 및 6세대(6G) 통신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이전 및 개발, 인적교류에 있어서 한국에 많은 노력을 기울어 왔다. 다행히 양국은 신흥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셋째, 미사일 사거리 폐지다. 1979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제한해 왔던 미사일 제한이 완전히 종료되었다는 뜻이다. 이로서 중국, 러시아 극동, 일본을 사거리 내에 두는 준중거리·중거리·장거리 미사일 개발의 제한이 사라지게 됐다. 자주 국방과 미사일 주권 차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북한을 포함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것 또한 미국의 계산된 대중국 견제용 선물이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 해결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논의는 실질적인 결과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양국의 미지근한 공동성명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중국과 북한을 다룰 계획이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협상전략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수 위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의명분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가치와 인권의 가치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동북아와 동아시아에서의 안보 위협과 질서 재편에 자유 가치에 기반을 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한 단계 진화시켜 대중국 견제와 억제에 한국에게 동참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오직 북한 문제에 매몰되어 국가의 미래가 위기에 처했는데 나무만 보다가는 숲을 보지 못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동상이몽...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 우선순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 우선순위 아냐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해석과 이해도가 다르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기초로, 외교력을 통해 남북한 또는 북미간 대화를 통해..”에 방점을 두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보면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실용적인 외교적 해법을 통한 접근에는 동의하나 더 이상 북한의 진심 없는 대화의 손짓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이 먼저 비핵화나 핵관련 군사무기 처리에 대해 진일보된 행동을 보여야 대화에 나서겠다고” 확언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니며 제재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가지고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접근하겠다는 의도이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곧 끝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차기 한국의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제일 관심사는 북한이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우선 외교순위는 인도-태평양 벨트에서 쿼드(Quad)국가를 중심으로 중국의 팽창을 견제·억제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북한 문제 해결이다. 게다가 공동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 질의응답 시 미국 기자들과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은 북한 문제보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더 가까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기업들의 통 큰 대미 투자를 카드로 백신 협력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제재완화, 남북대화, 북미대화를 물밑에서 강하게 요청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양손은 여전히 빈손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대만과 북한 인권 문제가 모두 포함됐다. 대만 문제의 경우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며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대만 문제 언급 역시 중국이 거론 자체를 꺼리는 민감한 문제들이라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4년 동안 친중-친북 노선으로 70여 년간 이어왔던 한미동맹의 결속을 교묘하게 헤집어 국론을 분열시켜왔다. 이것은 대미 외교의 어려움으로 귀결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는 대만문제까지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포괄적으로 지지해줬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의도적인 입장 변화인지 아니면 협상력 부족으로 미국에 끌려간 결과인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한미동맹과 글로벌 파트너로서 잃어버린 신뢰를 구축하는데 첫 디딤돌이 되리라 믿는다. 이제는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누가 되든지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가치와 인권 가치를 토대로 갈지자 외교가 아닌 실용적이고 스마트한 한국 외교의 플랫폼을 재구축해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격변하는 동북아와 동아시아에서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체라는 중요성을 재인식했다는 점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러시아연방변호사

뉴스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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