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봉관 논설위원 = 미얀마는 많은 동남아 국가들이 그렇듯이 20세기 초에는 영국의 식민지 시절을 거쳤고, 독립 후에는 소수민족과의 갈등,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군사 쿠데타로 인하여 또 다시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독재정권을 종식시킨 역사가 있어서 인지 지금 진행 중인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들 국민들에 비해 유달리 큰 것 같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이 성공한 이유는 국민들의 단합과 희생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종교인들이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와 종교가 철저히 분리돼 있고 종교가 없는 국민의 비중이 50%를 넘는 등 그 어느 종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가톨릭, 불교 등, 주요 종교 지도자들은 독재정권에 대해 준엄한 꾸중을 마다하지 않았고 동시에 민주화 운동에 참가한 국민들에게 그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종교는 대한민국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때마다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이 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고 생각한다.

미얀마는 불교의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이고, 따라서 미얀마 국민들의 생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의 불교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서 군사 쿠데타 주동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국민들의 민주화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소식은 듣기가 힘든 것 같다.

아마도 미얀마의 불교는 미얀마 국민들의 생활 그 자체여서 삶의 나침판 역할보다는 수행과 수련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 그 이유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불교가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올바른 결정과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등대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21세기의 종교는 국민들에게 군림하는 위치에서 내려와, 국민과 호흡하고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그 존재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창한 미얀마의 봄이 성큼 다가오기를 글로나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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