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정 논설위원 / DTC 글로벌 파트너스 대표
장희정 논설위원 / DTC 글로벌 파트너스 대표

[뉴스인] 장희정 논설위원 =코스피나 코스닥 처럼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지분은 언제든 편하게 사고 팔 수 있다. 이처럼 대중을 대상으로 정부의 관리하에 회사의 지분(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곳을 퍼블릭 에쿼티 (Public equity) 시장이라고 한다. 반면에, 대규모의 기업 지분을 시장이 아니라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거래하는 곳이 바로 프라이빗 에쿼티 (Private Equity) 시장이다. 그래서 프라이빗 에쿼티 딜은 다양하면서 복잡하기도 하며, 한번 투자하면 오랜 기간 보유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대체투자 관련 데이타를 제공하는 프레킨(Preqin)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프라이빗 에쿼티 시장은 지난 5년동안 약 2배 성장해서 현재 운용 자산이 약 4.5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져서 향후 5년 내에 운용자산이 다시 그 두배인 약9조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하고 투자 회수도 오래 걸리는 프라이빗 에쿼티 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 (Bain & Company)가 발표한 글로벌 프라이빗에쿼티 리포트 2021 (Global Private Equity 2021)을 살펴보면 글로벌 PEF들의 과거 성과를 엿볼 수 있다. 2005년 이후 매년 PEF들의 투자 실적을 살펴봤을 때, 평균적으로 투자 원금대비 수익률이 약 2.19배에 달했다고 한다. PEF의 평균 투자기간이 약 5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는 연복리 약 17%에 해당하는 투자 성과이다. 동기간 미국 주가지수 S&P500의 연복리 수익률은 약 7.5%에 불과하고,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한 과거 5년만 놓고 봐도 수익률이 연 14.6% 정도이니 PEF가 주식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얼마나 높은 투자성과를 보여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PEF가 이처럼 높은 투자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된 “프라이빗 에쿼티의 전략적 비밀 (The Strategic Secret of Private Equity)”이라는 기고문을 보면 그 비결에 대해 재미있는 분석이 나오는데, PEF가 높은 투자 성과를 보이는 이유가 PEF의 투자구조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PEF는 기업의 지분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매각하기 위해 (Buy to Sell) 투자 한다. 그래서 PEF는 투자대상을 선정할 때부터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과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고민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투자 기간동안 구성원들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행해야할 목표를 명확히 인식하며 집중하게 된다. 이후 기업이 적정 가치에 매각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바로 매각 작업이 진행되며,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PEF는 다시 다음 투자 기회를 찾아 나선다. 이같은 PEF의 투자 구조와 과정 자체가 바로 높은 투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PEF들이 비슷한 투자 과정을 거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좋은 성과를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PEF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핵심 역량들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이오나 테크, 혹은 소비재(Consumer) 등 특정 업종에 특화하며 전문 역량을 쌓는가 하면, M&A나 기업지배구조, 구조조정 등 특정 운용 스타일만을 전문으로 다루기도 한다.

한편 PEF는 투자대상 기업과 구체적 투자 조건에 대해 협상하면서 잠재적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투자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그 역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투자 자금이 투자 목적에 적합하게 쓰이는지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임원을 파견하기도 하고, 경영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혹은 반대로 투자 자금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도 한다. 또한 주식 시장 상장(IPO)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계획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권리 및 담보 방안 등을 마련해 놓는다.

특히 PEF의 역량이 가장 두드러지게 발휘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기업 가치 창출 (Value Creation) 부분이 아닐까 싶다. 기업의 비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감축하는 등 기업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것을 포함하여,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개선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이 논의되고 도입된다. 최근에는 보다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의 환경(E) 개선에 대한 노력이나 사회(S)에 대한 책임,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G) 등 ESG 경영을 도입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기업 가치 창출 방법 중 최근 PEF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볼트온(Bolt-on) 기업 인수 전략이다. 이는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와 연관된 분야를 인수하면서 기업의 외형을 키우고, 연관된 분야간 시너지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은 2016년 “The Power of Buy and Build”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해당 전략을 자세히 분석한 바 있는데, 볼트온 전략은 (1) 작은 기업일수록 (2) PEF의 인수 경험이 많을수록 (3) 해당 산업이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고 파편화 돼 있을수록 (4) 1~2개 인수합병에만 집중할수록 (5) 본연의 비즈니스 분야와 연관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6) 해외 확장을 위해 활용될 수록 그 효과가 더 높아진다고 하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이 지속되면서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고,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업은 그 기업 가치가 한없이 치솟고 있다. 어려운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딜이나, 높은 가격에 인수해야 하는 딜 모두 PEF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PEF들이 투자 자금을 조달해 놓고 아직 활용하지 못한 자금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3조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통찰력을 통해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진정한 가치와 투자 기회를 찾는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한 PEF의 역량이 아닐까.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자금력있는 PEF들의 더욱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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