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비스킷동상.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김연아가 세계 피겨계를 점령했다. 그러나 세계 피겨계를 재패한 소식보다도 그녀가 더욱 대단한 이유는 경제한파로 힘들어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피겨불모지 한국에서도 세계 챔피온이 나올 수 있다는 희망, 열심히 한다면 더욱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세계 경마사에서도 '김연아' 같은 존재가 더러 있었다. 세계대공황 시절, 미국인들에게 '시비스킷(Seabiscuit)'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세계 경마팬들에게 친숙한 경주마, 시비스킷은 모마 스윙 온(Swing On)과 20세기 최고의 명마인 맨 오워(Man O'war)의 자마 하드 택(Hard Tack) 사이에서 1933년 5월23일 태어났다.

적갈색 숫말인 시비스킷은 켄터키의 클라이본 농장(Claiborne Farm)에서 자랐다.

그러나 망아지 시비스킷은 몸집이 작고 경주에 적합하지 않은 체형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천성이 게을러 경주마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1936년에 찰스 하워드(Charles S. Howard)에게 8000달러에 팔리게 되며 환상의 트리플콤비 톰 스미스(Tom Smith) 조교사와 레드 폴라드(Red Pollard) 기수를 만나게 된다.

자전거포 주인이었던 마주와 마주들에게 외면당했던 조교사, 경제공황으로 실업자 신세였던 기수, 그리고 폐마 직전인 경주마가 만나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비스킷은 그 해 시즌의 마지막 8개 대회 중 스칼스데일 핸디캡 경주(Scarsdale Handicap)와 디트로이트 주지사 핸디캡 경주(Detroit's Governor Handicap) 등의 대회를 휩쓸며 드디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1937년 시비스킷은 15회 출전해 11회를 우승해 미국에서 최고 상금을 수득한 말로 등극하며 매번 뉴스에 오른다. 그의 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특별열차가 마련될 정도였다니 당시의 시비스킷의 스타성은 상상해볼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1938년 폴라드 기수가 사고를 당하면서 시비스킷은 조지 울프(George Woolf) 기수에게 맡겨진다. 언론은 당시 최고의 경주마였던 '워 애드머러(War Admiral, 맨오워의 자마)'와 보잘 것 없었던 경주마 시비스킷의 대결을 종용한다.

그리고 1938년 11월1일, 시비스킷은 드디어 워 애드머러와 운명적인 일전을 벌인다. 핌리코 경마장에서 벌어진 이 날 1900m 경주의 관중석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비록 미국 곳곳에서 기록을 세우며 달리는 시비스킷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통과 체형이 완벽했던 당시 최고의 경주마 워 애드머러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시비스킷의 습성을 잘 알았던 조교사와 기수는 시비스킷의 '승부욕'을 자극시켜 경주의 우승을 차지한다.

그의 동반자 울프 기수는 평소 시비스킷의 질주습성과 달리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곧바로 치고 나가 상대마에게 바짝 붙여 시비스킷이 스스로 경쟁심을 느껴 박차고 나가도록 했다.

시비스킷은 결국 4마신 차로 경주에 이겨 1938년 '올해의 명마'에 선정된다.

1939년 인대 부상을 입은 시비스킷은 1년 전 다리가 부러진 폴라드와 함께 치료의 시간을 가진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시비스킷은 폴라드 기수와 세 번째 컴백을 통해 경마팬들을 다시금 감동시킨다.

시비스킷은 통산 89전 33승, 2착 15회를 기록하며 13개 경주 거리별 신기록을 세웠는데 그 중 2개는 아직도 갱신되지 않고 있다.

은퇴 후에는 캘리포니아의 리지우드 목장에서 108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죽는 날까지 약 5,000여명의 방문객들을 맞았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말로 여겨졌던 시비스킷은 미국의 유명 인사이자 '희망의 아이콘'으로 남은 것이다.

'시비스킷'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로 나와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돼 경마사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이와 같은 내용은 시비스킷 재단(www.seabiscuitheritage.org) 사이트에 보다 자세히 나와 있다.

<자료=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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