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

 

 [뉴스인] 김효헌 = 11월이 되면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거리의 가로등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옷을 입는다.

이곳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중심가에 위치한 프린세스 거리에도 매해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린다. 에딘버러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꽤나 유명해서 개장하자마자 많은 방문객으로 언제나 북적인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조명 아래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소품들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들이기도 하면서 이곳 크리스마스 시장은 어느새 연말의 즐거움을 나누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스코틀랜드의 추위를 녹여주는 몰드와인을 마시며 크리스마스 거리시장을 구경하는 것이 늘 있는 연말 행사였고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이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크리스마스 시장도 몰드와인도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되었다.

한편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를 한번 간단히 살펴보자.

성탄절에 널리 유행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관습은 고대 이집트에서 동지제(冬至祭) 때의 나뭇가지 장식과 로마축제 행렬에서의 촛불을 단 월계수 가지 장식 등 옛날의 성스러운 나무숭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전나무를 사용하게 된 것에는 8세기경 독일에 파견된 선교사가 떡갈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야만적 풍습을 중지시키기 위해 전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뭇가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시오’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는 전설이 있다.

 

기원은 종교 개혁자인 마르틴 루터가 크리스마스이브 밤 중에 숲속을 산책하는 중에 영롱한 달빛이 소복하게 눈이 쌓인 전나무 위에 비치고, 주변을 환하게 비춰서 빛의 향연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본 마르틴 루터는 순간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인간은 저 전나무와도 같다. 한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도 같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추 일 수 있는 존재다.’라는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나무 하나를 집으로 가져왔고, 눈 모양의 솜과 빛을 발하는 리본과 촛불을 장식한 것이 크리스마스트리의 시작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유래가 어찌 되었든 간에 한국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트리가 흔한 반면, 이곳 스코틀랜드에서는 매년 연말이면 사람 키 만 한 실제 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구할 수 있다. 실제로 매년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크리 장식으로 8,000,000 만 개의 전나무가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비가 많이 와서 전나무가 쑥쑥 잘 자라서 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이 덴마크나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나무란다. 이 전나무는 트리용으로 10년 정도 자란 후에 잘려서 영국으로 수입이 되고 일반 가정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실제 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상상이 안 갔다. 그런데 이번에 IKEA에서 트리를 무료로 나눠 준다는 것이다. 처음에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혼자는 아무래도 무거울 것 같아 아는 지인을 불러서 같이 갔다. IKEA에 도착하니 야외 한편에 100개가 넘는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들이 자리 잡고 누워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에게 나무를 정말 무료로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무료이며, 크기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골라 가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서 욕심을 내서 큰 것으로 하나를 골랐다. 그런데 실제 나무다 보니 나무의 뿌리처럼 밑을 지탱할 수 있는 받침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받침대도 하나 구매했다.

 

무게가 상당해서 집으로 오는 내내 나무와 씨름하여 간신히 집안으로 옮겼다. 막상 거실에 세우고 보니 생각보다 큰 나무였다. 그러고 보니 실제 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하는 방법도 별도로 있었다. 설명서에 따르면 먼저 집에 들어오기 전에 한 번 남아있는 나뭇잎을 털어주고, 집으로 들어와서는 나무 밑받침은 세우기 전에 뿌리에서 가까운 부분을 약 3cm 정도 줄기의 바닥을 가로질러 똑바로 잘라준다. 그리고 처음 몇 시간 동안 (약 3L) 충분한 물이 필요하며, 매일 물을 확인하고 필요할 때 깨끗한 물을 제공하며, 나무를 벽난로, 라디에이터, 텔레비전 및 위험 할 수 있는 기타 열원으로부터 멀리 두어야 한다고 한다. 그냥 주는 나무라 집으로 가져오기만 하면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이런 사용설명이 있을 줄 몰랐다.

 

 

비록 크리스마스트리를 가지고 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사실 많은 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크리스마스 때만 사용되었다가 1월이 되면 거리에 버려진 광경을 보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한 두 달만 장식하려고 이렇게 큰 나무들을 많이 벨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나무 트리의 가격은 평균 70-100파운드 정도 한다. 플라스틱 트리는 한번 사서 보관만 잘하면 다시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실제 나무는 70파운드(약 10만 원) 구매해서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는 데 이 얼마나 큰 낭비인가.

필자는 이런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한국에서는 나무가 없어서 별도로 나무 심는 날까지 있는데 오로지 한 두 달간의 즐거움을 위해 10년 이상 자란 나무를 잘라버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은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나무를 자르는 것이 환경에 결코 좋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실제 나무가 너무 좋아서 해마다 전나무 트리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이 나무들은 크리스마스트리 용도로써만 재배되고 이용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의 차이 인가보다.

 

필자가 처음으로 실제 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로 집에 들여왔지만, 이번이 처음이자마지막이라고 결심했다. 그 이유는 그래도 한 생명인데 크리스마스 때만 사랑을 받다가 1월이 되면 쓸쓸하게 버려진 채 거리에 나뒹구는 나무가 너무 불쌍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나무이다 보니 나뭇잎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청소하기 귀찮은 점도 있다. 여하튼 사람들이 한 번쯤은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무분별한 벌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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