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인]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물질적 여유 속에 정신적 만족을 동시에 누려 삶의 만족도를 높이자는 시대 흐름에 따라 한국에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1960년대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통해 행복과 안락을 추구했던 히피주의나 로하스족(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LOHAS)에서 웰빙이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로하스족은 일종의 ‘사회적 웰빙’을 추구하여 개인의 육체적 ·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정의를 추구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생활방식과 지속가능한 건강한 사회가치를 실천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로하스는 건강과 지속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생활방식을 일컫는다. 이 개념은 환경과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는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다. 여기에 웰빙은 개인을 중심으로 잘 먹고 잘 살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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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웰빙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8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다.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미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속도를 늦추며 건강한 자연식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물질만능과 출세주의를 떨쳐내며 정신적 풍요와 마음의 행복을 중시하는 자세다.

말하자면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치열한 사회적 경쟁을 펼쳐야 하는 환경 속에 육체적 · 정신적 건강과 안녕이라는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감성의 메마름과 그동안 적체된 정신적 불순물을 걸러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2010년 즈음부터 사회적 트렌드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힐링이다. 곧 생활환경이 윤택해지고 사회문화체계가 급변하면서 수반되는 생존 경쟁과 압박감을 치유해 마음과 정신의 행복감이 절실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적, 곧 문화적 자양분이 절실한 시점에 다다라 있다. 디지털문명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현대인들의 정서는 오히려 더 고갈되어가며 정신은 더 혼탁해져 가고 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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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가 이어져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상징되는 기계문명의 자동화 시대도 멀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일찍이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 기계화되고 획일화된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그때 우리는 하이터치적 인간성 자체가 사라진 환경에서 과연 행복감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첨단화된다 할지라도 인간 본연의 정신과 정서는 한결같을 것이란 기대를 떨쳐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인간 본연의 정서가 중심이 되는 사회적 가치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시대가 변화하더라도 인간은 본래적인 자존감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도록 돼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 '힐링'이 화두가 되었던 것은 단순한 시류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장수를 누리며 최고의 첨단 혜택을 향유하는 이 시대에 사람들이 치유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물질에 식상한 현대인들이 느끼는 마음과 정신의 허허함인지도 모른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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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외형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내면적으로는 갈급한 것이 많다는 반증이다. 물질 영역의 양적인 삶은 화려해졌지만 갈수록 정신 영역의 질적인 삶은 오히려 얕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문화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문화란 로젠블라트가 정의한대로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을 부추기는 디지털의 힘보다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문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웰빙과 힐링의 단계를 거쳐 '필링'(Filling) 곧 부족한 마음이나 메말라진 정서를 충족감이나 충만감으로 채워 넣어야 할 때다. 지금까지 힐링의 치유 단계를 거쳤다면 새로운 활력을 얻는 행복감으로 채워 넣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삶의 잡다한 것을 비워냈다면(de-cluttering) 그 정리된 공간에 의미 있는 생각과 참된 가치로 윤택하게(enriching)채워 넣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문화체계가 일상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여유롭고 즐거운 생활태도를 갖게 하는 풍토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사회적 패러다임의 정착이 필요하다. 토머스 제퍼슨은 ‘행복은 부(富)도 화려함도 아닌 평온과 일’이라고 했다. 또 헨리크 입센은 ‘행복은 무엇보다도 순진무구의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현실성’이라고 했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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