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필자가 영국에 살게 되면서 영국 항공사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영국 항공사는 1988년에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발 홍콩 경유 런던행 국제선 노선을 신설했다. 1995년 논스톱 직항노선을 취항하다가 1998년쯤 외환위기로 운항을 중단하였으나 2012년 12월 4일부터 인천에 재취항하여 운항하고 있다.

영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국적기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보다 비행기 삯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처음 영국 항공사를 이용할 때는 기내에서의 영어 사용 때문에 사실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영국 항공사에도 한국인 승무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영어를 못 한다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큰 이유 하나가 바로 기내 컵라면 제공 서비스이다. 비행기를 타고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오르면 어디선가 라면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그럴 때면 좁은 의자에서 고생한 다리도 펼겸 일어나서 갤리 (기내 부엌)'의로 가서 승무원에게 컵라면을 부탁한다. 그러면 직원이 당연하다는 뜻으로 “슈어 (Sure)”라고 하면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라는 손짓을 한다.

 

그러면 컵라면에서 올라오는 그 향기가 그렇게 군침 돌게 할 수가 없다. 컵라면은 필자가 한국행 장거리 여행에도 피로를 가시게 하는 큰 즐거움이 되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번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느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영국 항공사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항공사 측에 따르면 올 상반기의 손실은 40억 파운드라고 발표했으며, 이번 전염병으로 인한 경영 손실이 2008년 금융 위기를 능가하는 손실과 2001년 911테러를 능가하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올여름에는 약 1만 명의 직원을 권고사직 했다. 또한, 2차 코로나 유행 때는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지 못한 상태에다 더욱 강화된 2주간의 자가격리로 인해 줄어든 여행객으로 인해 항공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영국 항공사는 지난 17일 날 수천 개의 잉여 재고를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매진이 된 것이 식사용 트롤리란다. 고객이 한꺼번에 주문이 발생하면서 인터넷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화가 폭주하였고 그에 대한 대처가 부족한 관계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 속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슬픈 일이 발생했다. 이제 한국행 비행을 잠정적으로 취소한다는 것이다. 오늘 12월 17일 영국 항공사는 내년에 15개 이상의 장거리 비행에 대한 서비스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 원인은 항공사가 전염병으로 인해 여행자 수가 급감하였기에 직원을 줄이고 경로를 취소한다고 했다. 비행경로를 취소하는 곳은 북미 도시로 가는 노선인 피츠버그, 캘거리, 찰스턴과 서울, 쿠알라룸푸르, 오사카행 항공편도 함께 취소되었으며, 겨울 휴양지로 인기 있는 세이셸(The Seychelles)도 포함되었다.

이와 같은 뉴스를 접하자 지난여름 한국으로 가기 위한 비행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겪었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때 한국에 가려고 비행기를 예매했었는데 예약된 날짜마다 모두 취소가 되어서 예매를 해도 언젠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한국 가는 것이 이렇게 어렵구나 라고만 느꼈었는데 이제는 아예 영국 항공기는 탈 수가 없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올해 한국에서는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이 되면서 내년 2021년부터는 비행기 삯이 조금씩 올랐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제 영국 항공사도 한국행 비행기가 취소되었으니 한국 국적기의 한국행 티켓 가격이 더 오를 것은 당연지사인 것 같다. 그동안 한국 항공사보다 더 경제적인 가격으로 한국에 다녀오곤 했는데 이제는 아예 영국 항공사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과 무엇보다 맛있었던 기내 컵라면이 추억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울 따름이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이 되어 다시 영국 항공기가 대한민국의 상공을 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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