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진하 기자 =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金賢姬·47)씨가 지난달 부산에서 가진 납북피해자 가족들과의 면담과 관련, “평생 잊지 못할 날이었다”는 감회를 담은 편지를 일본 산케이 신문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산케이는 12일 산케이 서울지국으로 보내진 김씨의 편지 전문을 공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김씨는 지난달 11일 평양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던 시절 자신의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피랍당시 22세)씨의 아들과 오빠를 1시간 반 정도 만나 당시 다구치씨의 모습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었다.

편지에서 김씨는 “(면담이 이뤄진) 3월 11일은 나에게 있어서 생애 잊을 수 없는 역사적 날”이었다며 “북한에 피랍된 다구치씨를 대신해 30년간 그의 아들을 길러온 그의 오빠를 보고 고개를 숙였으며, 아들을 껴안은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을 터트려 버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1시간 반 동안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면회에서 다구치씨의 아들에게 엄마에 대한 얘기를 충분히 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표하며 “다구치씨의 아들에게 ‘다음에 만날 때는 채 못 다한 얘기를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적어, 재회에 대한 강한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면담 후 집에 돌아와 다구치씨의 가족들이 선물로 준 일본 가요 CD를 들으면서 공작원 시절 만났던 다구치씨의 모습이 회상돼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며 납치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로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김씨와 다구치 가족들의 재회 가능성과 관련, 산케이는 “다구치의 오빠이자 납치피해자가족회의 회장인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0)씨가 김씨를 일본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으며, 김씨 역시 이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일본 측의 법적 처리와 신변 안전 등의 문제 등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