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인]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 금년에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지구를 옭아매어 버렸다. 인류의 문명으로 가꿔온 전(全) 지구적 공동체를 억압해 놓아 국가 간 교류가 단절된 지도 일 년이다.

흔히 문화는 언어를 만들고 언어는 문화를 담아낸다고 한다. 그래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페르디낭드 드 소쉬르는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금년 세계 사회는 한마디로 모든 국가가 서로 빗장을 걸어 잠궈 봉쇄를 택했다.

그동안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발간하는 영국의 ‘옥스퍼드 랭귀지’(Oxford Languages)사는 해마다 사회상을 담은 올해의 영어 단어를 발표해왔다. 하지만 최근 유례없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하나의 단어를 특정해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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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글로벌'로 아티스트 국제 교류 원천 봉쇄

그것은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단어들이 너무 많은데다 올해의 사회 현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워서다. 그야말로 코로나 감염증은 지금까지 지구촌의 삶의 모습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올해야말로 아직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신조어로 ‘언글로벌’(unglobal) 즉 ‘세계 국가 간 교류가 끊어지기)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다. 이 언글로벌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도 압도적인 영향을 끼쳤다. 국내는 물론 해외 아티스트 교류의 문이 닫혀버린 것이다.

세계적 문화예술 교류 단절에다 국내 상황에서도 코로나19는 문화예술 분야를 더 없이 위축시켜 놓았다. 특히나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예술가들은 화려한 무대와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일반 직장인이나 사업운영자들과 달리 신분의 안정성 보장이 취약하다.

지금도 지속적인 사회방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공연장이 폐쇄되고 지역축제가 중단되는 상황에서 예술가들의 설 자리가 완전 차단된 셈이다. 이와 연계되어 공연기획 전문인력도 활동을 접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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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삶의 활력'  '의사소통' '사회교화' 기능

지금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지만 문화예술의 중요성은 어떤 이유에서든 간과될 수 없다. 문화예술계가 역대급으로 침체되어 있지만 보편적 민생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사회적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젠블라트가 ‘인간이 먹고, 자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체’를 문화라고 정의했다. 여기에 예술은 그 기본적인 활동에 정신적 · 정서적 풍요로움과 삶의 품격을 높이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예술의 유래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해 왔다.

예술은 생명활동에 더해 인간의 존재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핵심이다. 그것은 예술이 고등동물인 인간에게 영혼의 활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올리버 바클리는 예술의 기능을 ‘삶의 활력’  ‘의사소통’ ‘사회교화’(civilizing)로 정리했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인간 내면에 담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표출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상호소통의 방편이었다. 그러다 사회가 발전하고 문화의 시대가 되면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영향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것이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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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활동 자기실현의 최상위 단계

‘매슬로우의 동기유발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견주어 보면, 예술행위는 인간의 욕구 중 자기실현의 가장 상위단계에 위치해 있다. 그런 만큼 문화예술은 고도의 정신활동의 결정체이며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희열이다.

예술가는 창작활동을 통해 관객들과 심미적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한다. 그렇게 해서 예술가도 자기실현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그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정신적 또는 정서적 만족감을 얻어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키게 된다.

그래서 지금 예술이 포함된 문화복지는 시민의 기초적인 의식주 단계를 넘어 사회의 정신기반을 윤택하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나아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인류 문명이 첨단기술로 정점을 달리는 21세기에 들어 문화의 시대가 된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문화예술이 한 국가나 사회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무한경쟁에 동력을 제공한다. 한편으로 디지털 과학기술이 진보할수록 아날로그적 문화예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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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혁명은 본래적 예술의 향수 유발

특히 지금과 같이 신속성·편의성·오락성으로 상징되는 고도기술이 지배하는 하이테크 환경에서는 인간이 오히려 감성으로 회귀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현대인들은 “편의점처럼 하루 24시간 내내 인간을 접속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난무하는 ‘기술오염지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자유를 줄 것으로 여겨졌던 기계문명에 속박되면서 오히려 원초적 감성을 희구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고도기술 사회가 도래하면서 잃어버렸던 인간 본래의 느낌이나 정서를 찾게 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켰다. 디지털혁명이 사회를 영원히 주도해버릴 것만 같았지만 인간은 과거 아날로그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한다. 욜프 옌센의 말대로 '드림 소사이어티'다.

곧 기계가 해결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정’(情)이나 ‘맛’과 같은 아날로그식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본연의 인간 감정과 정서를 분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고감도(high touch)의 문화예술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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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삶의 질 위한 웰빙으로 인식 

한마디로 예술은 다양한 형식으로 된 ‘오락거리’(entertainment)의 집합체다. 곧 예술은 ‘흥’(amusement)이라는 요소를 품고 있다. 바로 이 고감도의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문화예술이며, 시대의 변화된 모습도 예술에는 녹여져 있게 된다.

고도기술 사회가 될수록 문화예술에 대한 향수는 이에 비례해 더욱 강렬해지게 된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한층 더 커질 것이다. 인간의 지고지순한 욕구인 자아실현이라는 정신적 충만감은 어떤 특수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 모두가 향유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원천적으로 인간의 군집본능을 하나의 유기적인 사회조직으로 활성화 시키는 역할도 감당한다. 그래서 문화예술의 향유가 삶의 질을 높이는 웰빙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웰빙은 곧 정신복지이며 행복감을 의미한다.

이런 시대에 하루 속히 일상을 가로막고 있는 코로나19가 갈무리되기를 기원한다. 크게는 세계인들이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예술가들이 대중과 함께 심기일전해 다시 문화예술을 마음껏 펼치는 생활을 찾게 될 것이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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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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