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숙 시인 '저녁으로의 산책' 교보문구에 구입한 시진(사진=정경호 기자)
정병숙 시인 '저녁으로의 산책' 교보문구에 구입한 시진(사진=정경호 기자)

 

[뉴스인] 정경호 기자 = 정병숙 시인이 ‘저녁으로의 산책’을 냈다. 2003년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한 후 오랜 탁마의 시간을 거쳐 펴낸 첫 시집이다.

총72편이 실린 시집에는 고향 순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경하여 자리 잡은 제기동과 청량리 일대의 공간을 배경으로 시인이 ‘얼키설키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좋아서 은유의 날실과 상징의 씨실을 엮으며’ 갈무리한 시들이 실려 있다.

정병숙 시인의 시는 섬세한 묘사적 진술과 함께 서사 구조를 형상화하는 경우가 많다. ‘해 뜨는 집’에서 서사와 묘사는 개성적인 문체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제기동에 토르소가 산다 이른 아침마다 유리컵에 작은 바다가 담긴다 쪽빛 순천만 아른대는 고향 바다 칼 갈매기 쌩 허공을 벤다 깃털구름의 붓 하나 잠시 떠 있다 토르소가 보이지 않는 팔을 휘저어 일필휘지 수평선을 긋고 그윽이 바라보는 작은 바다 해가 떠오른다 와원 앞 바다가 환하다 용왕님, 해파리, 말미잘, 해삼, 멍게는 성히 잘 있나요 어쩌나 가늠하지 못할 팔 없는 외로움, 일으키는 파도에 중심 기우뚱 몸이 흔들린다 밤마다 돋고 자라나는 토르소의 깃털, 묵향이 어둡고 후미진 골목에서 나비처럼 떼춤을 춘다” (‘해뜨는 집’ 전문)

머리도 팔도 다리도 없이 존재하는, 결핍된 모습의 조각상인 토르소는 종내 “토르소의 깃털, 묵향이 어둡고 후미진 골목에서 나비처럼 떼춤을 춘다”에 이르러 초월적인 의미를 갖는다. 제기동에 사는 토르소는 시인에게 고향의 바다, 나아가 초월적 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불어넣는 신비로운 존재인 것이다.

시인 김종태 교수는 해설을 통해 “정병숙 시인의 시에 뿌리 깊게 흐르고 있는 초월의지와 회귀의식은 근원성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순수와 자유를 향한 그리움에서 시작한 동경은 초월과 승화의 형이상학으로 깊어져 갔다. 정병숙 시인이 이루어놓은 개성 있는 휴머니즘과 초월의 시정신이 주는 감동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고 말한다.

정신과 표현, 저녁으로의 산책 시집의 저자 정병숙(문화콘텐츠학 박사)
정신과 표현, 저녁으로의 산책 시집의 저자 정병숙(문화콘텐츠학 박사)

 

정병숙 시인은 2003년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했다. 단국대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호서대 문화복지상담대학원 문화콘텐츠창작학과 석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호서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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