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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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감정의 존재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행위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목적 가운데 최고선을 행복’이라 정리했다. 무엇이 행복이냐 묻는다면 아마 모든 사람들의 기준은 각기 다를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공동집합체가 되는 사회의 보편적 가치 요소를 도출해 그것을 근거로 행복지수를 매긴다. 특히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매년 세계 국가들의 행복지수를 평가해 공표하고 있다.

2012년 유엔이 매년 3월 20일을 ‘세계행복의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로 정하면서 세계 각국을 행복의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민의 행복 증진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으로 두면서 ‘국민총행복지수’(GNH) 개념을 도입한 남아시아의 소국 부탄이 2011년 유엔에 제안하면서부터다.

이번에 ‘2020 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53개국 중 61위로 전년도에 비해 행복지수가 7단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행복지수는 6개 항목을 평가해 순위를 산정하는데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건강 기대수명에서는 비교적 상위권에 속했다. 하지만 관용, 부정부패,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자유 부문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물질풍요와 건강의료 면에서는 앞서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갈등, 차별, 불신에 불평등과 불공정의 풍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것은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은 향상 됐는데도 부(富)의 불균형과 사회적 갈등은 더 심화됐다는 반증이다.

세계행복보고서의 취지는 ‘안녕과 행복이 세계 인류의 삶에서 보편적인 목표이자 열망이며, 이를 각국 공공정책의 중요 목표로 인식되도록 고취’하는데 두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갈등지수가 높아 대립과 분열은 더욱 깊어지고 행복지수는 낮은 단계를 나타내고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선진국가들을 살펴보면 경제적 풍요와 정신적 여유가 균형을 이뤄 ‘주관적 평안감’(Subjective Well-being)을 누린다. 이에 비해 한국은 단기간 내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적 풍요를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으로 여겨왔다.

물질적 소유와 사회적 위세를 중시하는 사회적 습성은 사회를 서열과 위상을 좇는 수직적 가치관으로 물들게 했다. 이로 인해 수평적 선진사회가 가치 척도로 여기는 공정성과 평등성이 결여돼 갈등과 분열이 분출했다. 그러다보니 치열한 경쟁과 비교의식으로 자기 위치와 환경에 만족감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이 지나치게 물질 중심적인 사회문화체계가 고착되어 있는 한 국민의 행복지수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물질만능주의는 만족의 한계점이 없이 욕구가 계속 분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진 것에 감사하고 누린 것을 함께 나누기보다 사회는 승자독식의 유토피아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 점점 더 개인들은 물욕의 포로가 되어 버리게 되어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스스로 중산층임을 부정하며 풍요 속의 빈곤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2018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인구 5000만 명과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30-50 클럽’에도 들었다. 규모 있는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맞춘 것이다.

이제 한국사회에 절실한 것은 경제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국민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평안감이다. 세태를 휘모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시켜 안녕과 행복을 체감하는 사회문화체계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경제발전이나 국민소득보다 행복가치를 더 중시하는 부탄은 사회적 갈등이 별로 없다. 국민생활의 통제가 많은 사회인데도 국민들은 ‘하루 세 끼 먹고 잘 곳과 입을 것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행복의 기준이 결코 물질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오히려 최소한의 물질을 누리는 정주환경에서는 갈등이 소소할 수 있다. 그런데 철학자 플라톤이 설파한대로 사회가 발전하고 개인이 부유해 질수록 공정성이 흐려지고 갈등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행복 체감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다시 말해 소득이 일정한 수준에 달해 국민의 기본욕구가 충족되면 더 이상 주관적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또 새로운 행복을 찾아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기에 끊임없이 긴장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곧 계속 행복이라는 ‘쾌락’을 얻기 위해서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굴려야 한다. 이것을 심리학자들은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로 정의했다. 그래서 미국의시인 헨리 벤 다이크는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라 불리는 상품은 없다’고도 했다.

이제는 물질적으로 치우친 사고방식으로부터 삶의 행복 기준을 외형적 허울보다 내면적 가치에 두는 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키는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에서 행복감을 누리는 지혜와 기술을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말하자면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아는 '지족자부'(知足者富) 정신의 행복 역량 개발이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2020전국생활문화축제 추진위원장과 칼럼니스트 및 문화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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