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헬스】조진성 기자 = '새강자'가 안락사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경마팬들과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3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한국의 명마'로 잘 알려진 '새강자'가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새강자'는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땀을 흘리고 발을 구르는 등 산통(배앓이)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았다.

의무기록에 따르면 내원 즉시 통증완화를 위한 응급조치 후 입원마사에 입원조치를 취하여 집중진료에 들어갔다.

이후 27일 일시적으로 상태가 호전되나 싶더니 28일 복강천자(복강 내 탐침을 삽입하여 복수를 검사하는 방법)를 시도한 결과 복수에서 사료덩어리가 발견됐다.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새강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마주의 동의를 구해 안락사 시켰다.

진료를 담당했던 장수경주마목장의 문규환 수의사는 "새강자는 평소 석벽(일명 끙끙이)으로 채식습관이 좋지 못해 마체가 쇠약한 상태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산통이 발병했으며 진료경과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결국 예후불량 판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경마에 있어 ‘새강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진료했지만 죽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안락사는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 '새강자'는 어떤 말?

지난 1999년 12월12일 제18회 그랑프리(GI) 대상경주는 한국경마 역사상 최초로 국산마인 '새강자'가 쟁쟁한 외산마필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날이다.

때문에 경마관계자들은 물론 경마팬들조차 그날의 감흥을 잊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경마팬은 우리나라가 IMF 체제하에 있던 당시상황을 이야기하며 '국산마가 외산마들에게 이기는 모습이 더욱 통쾌했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새강자'를 명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뿐만 아니다. 현역시절 통산전적을 살펴보면 58전 33승으로 승률 56.9%였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 경주에 출전하면 우승확률이 50%를 상회하니 2번에 한번 이상 꼴로 우승을 차지해 당시 새강자에 묻지마 베팅을 하는 경마팬이 생기는 등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경마 역사상 최다연승 기록인 15연승 역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새강자'는 1998년 10월25일 경주를 시작으로 2000년 3월25일 경주까지 무려 15연승을 기록했다.

무려 16개월 동안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한 경마전문가는 "앞으로도 15연승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경주마들은 그 능력이 상향 평준화돼가고 있어 과거 '새강자'처럼 장기간 강자로 군림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새강자'가 기록한 통산성적 33승은 국산마 중 최다우승 기록으로 이 기록 역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한편 '새강자'는 자신의 몸값인 1600만원보다 무려 100배 가까운 수득상금(약 15억3000만원)을 벌어들여 역대 경주마 가운데 가장 많은 수득상금을 기록(2위는 '명문가문'으로 약 13억)했다.

경주마로 데뷔하기 전 체구가 왜소하고 앞다리 질병이 있어 경주용으로 팔리지 않은 마필이었다니 체구의 한계를 치밀한 훈련과 관리를 통해 극복한 노력을 짐작케 한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살아있을 '새강자'

'새강자'의 죽음에 그 누구보다 안타까움을 나타낸 사람은 바로 직접 소유했던 장석린 마주였을 것이다.

장 마주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슬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천벌 최고 명마의 마주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며 그동안 '새강자'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경마팬들과 슬픔을 함께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정년으로 은퇴 할 때까지 '새강자'의 조교를 담당했던 박원선 조교사(현 부산경남경마공원 마주)는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준 복덩어리 마필"이라며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경주마로 누릴 수 있는 부분은 다 누리고 떠났으니 행복할거라 생각 한다"며 '새강자'의 명복을 빌었다.

박원선 조교사의 은퇴 후 '새강자'를 물려받은 박희철 조교사는 "조교사 데뷔하면서 관리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며 "승부타이밍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한 마필로 직선주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승부욕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조교사 역시 '새강자'의 죽음에 대해 "한국경마에서 다시는 나오기 힘든 명마인데 너무 아쉽다"며 "그렇지만 한국경마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경주마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행복한 경주마"라고 말했다.

'새강자'는 지난 2005년 서울경마공원에서 은퇴식(비마급)을 가져 경주마로서의 작별을 고한 후 장석린 마주의 기증으로 KRA 제주경주마목장에서 2007년까지 생활하다가 KRA 장수경주마목장의 개장(2007년 3월)과 동시에 장수로 옮겨와 관상마로 제2의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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