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동석 기자 = 한중일난치병극복의료인회가 주최하고 사색의향기가 주관한 ‘2020 위대한 여정, 희망걷기’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감동의 피날레를 선사하는 가운데 전남 해안 땅끝마을에서 서울 여의도공원에 이르는 장장 600km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한중일 난치병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모임인 ‘한중일난치병극복의료인회’가 주최하고 창립 이래 17년간 행복한 문화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는 ‘사색의향기’가 주관한 것으로 아름다운 도보여행, 행복한 도보여행, 향기촌, SKT, SK증권, 구미시청 육상선수단, 울트라마라톤회 등이 후원 기관으로 참여해 지난 5월2일 해남 출발을 시작으로 5월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 도착하는 한반도 종단 600km, 총 27일간의 기적을 만든 한편의 휴먼 드라마였다.

‘희망걷기’는 일반적으로 언론 홍보 등을 통해 널리 알리는 가운데 추진돼야 하는 행사였지만 연초 발발한 전대미문의 전염병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방역 등을 시행하는 가운데 치르진 행사라 관계자들만 참여한 가운데 조용하게 진행됐으나 연일 행사에 동참하길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자원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뜻깊게 치러졌다.

‘2020 위대한 여정, 희망걷기’는 파킨슨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정만용씨(76세, 일본 후쿠호카 거주)가 그 중심이었다. 그는 대표적인 난치병인 파킨슨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병을 극복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난 2018년에는 춘천마라톤을 완주하는 쾌거를 이루어냄으로써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그는 금번 행사에서 76세의 파킨슨병 환자가 매일 23km를 27일 동안 걷는 실로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파킨슨병 확진 이후 8년여 동안 한결같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30분 동안은 굳어진 몸을 풀고 러닝머신에서 하루를 시작해 매일 8시간 이상 운동을 해 왔던 인내와 끈기가 이번의 600km 완주를 가능케 했다.

파킨슨병은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굳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글씨 쓰는 것도, 심지어 밥 먹는 것도 힘든 질환이다. 환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온몸이 밧줄로 묶인 채 움직이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희귀성 질환으로 불리는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복서 무하마드 알리, 배우 로빈 윌리엄스도 이 병을 앓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명, 한국에도 15만 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1946년 11월 천안에서 태어난 그는 비자 받기도 어렵던 1980년 한국 관광업체 파견 직원으로 도쿄에 갔다가 그곳에 정착했다. 반일 감정이 팽배하던 1990년대 업계 최초로 한국 고교생 수학여행을 기획해 연간 5만6000여 명의 학생을 실어 나르기도 했고 1995년부터는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는 컨설팅 회사를 차려 사업가로도 꽤 성공했지만 2012년 파킨슨병이 발병하여 현재까지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사색의향기 이영준 상임대표(61세)는 행사가 끝난 자리에서 “희망걷기를 통해 정만용 선생과 같은 난치병 환자들이 밝은 곳으로 나와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 본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상생의 기를 나누었길 바라며, 아울러 이 행사가 고통을 받으며 앓고 있는 많은 난치병 환우들에게는 희망이 되었길 간절히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희망걷기는 매일 작은 희망의 스토리들을 엮어 ‘고령의 난치병 환자, 600km 한반도 종주 성공’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매 구간을 걸을 때마다 함께한 자원자들이 같이 걸으며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희망걷기를 함께 했던  K모씨는 “2일 차, 해남을 지나 아름다운 강진만을 옆에 끼고 걸으며 멋진 조망을 감상하며 좋았습니다. 모두 시장하여 식당을 찾았지만 주변에 식당이 없어 부득이하게 강진 읍내로부터 중국 음식을 시켜야만 했어요, 아침 일찍 내린 폭우로 젖어 있는 정자에서 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군요. 사실 면발은 불었지만 짜장면은 무척 맛있었습니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 걷는 것을 걱정하면서 식사를 마쳤는데 기적처럼 빗줄기는 가늘어지더군요. 하늘이 기적을 내려주신 겁니다. 땅에는 정만용 선생님이 발걸음으로 기적을 이루셨다면 하늘에서는 날씨로 기적에 응답해주셨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희망걷기는 전남 해남군 땅끝에서 서울 여의도공원까지 총연장 600km에 이르는 한반도 종주 코스인 ‘코리아트레일(옛 삼남길)’에서 진행되었는데 옛 삼남길은 조선 시대 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도를 거쳐 한양에서 과거를 치르려던 선비나 장사를 하려던 상인들이 오르내리던 길로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영에서 옥살이를 하기 위해 한양으로 가면서 거쳐 갔던 역사의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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