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승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교수.

[뉴스인] 강민승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교수 =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확연히 줄어들어 우리나라의 방역체계가 전 세계인의 모범이 됐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최근 이태원 클럽 사태로 다시 한 번 위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바꿔버린 일상은 백 가지를 나열해도 남을 만큼 큰 이슈다. 생활방역으로 들어서더라도 기본적인 수칙은 지켜야 하는 것이 매너일텐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감염병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생활은 코로나 전후로 매우 크게 바뀐 듯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언텍트 소비 습관이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소비가 대중화되었고, 그에 따라 배달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가고 있는 듯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시민들의 외출자제로 배달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런 배달을 위해 이륜차 통행량이 많아지게 된다. 게다가 배달은 시간과의 다툼이다. 빠르게 배달하려고 하니 불법운행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사고가 급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최근 3년간 서울특별시 이륜차 교통사고는 23,739건이 발생하였으며, 그로 인한 사망자는 228명에 달했다. 특히 봄철에 이륜차 교통사고가 집중되어 월 평균 674건의 사고가 발생하여 8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고원인으로는 야간운전 또는 법규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로 보면 저녁 이후 야간(6~12시) 시간에 전체사고의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심야 및 새벽시간(0시~6시)에 36.4%가 집중되었다. 법규위반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안전운전 불이행이 전체사고의 44.2%를 차지했으며, 신호위반 18.9%, 안전거리 미확보 12.8%가 그 뒤를 이었다.

이륜차의 불법운행이 이렇게 많아진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운전자를 조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빨리빨리 배달해 달라는 고객의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배달하는 운전자의 마음이 더 급해지기 마련이다. 배달을 의뢰할 때 이륜차 운전자에게 ‘빠른 배달보다 안전한 배달이 우선’이라고 말해주면 어떨까 싶다. 그 한마디가 이륜차 운전자로 하여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매너이다.

이륜차 운전자도 주의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첫 번째가 안전모 착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륜차 안전모 착용률은 2019년 84.95%였다. 서울은 91.2%로 타 지역대비 우수하게 나타났으나 100% 가까운 착용률을 보이는 교통안전 선진국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자동차의 안전띠와 같은 필수적인 보호장구인 안전모 착용은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해 보면 한순간의 방심이 만들어낸 참혹한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생계를 위해 배달현장을 달리는 이륜차 운전자의 사고소식은 자동차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속도보다는 안전이 먼저이다. 코로나도 교통사고도 하루빨리 사라져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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