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불을 이겨내는 도예처럼 용기를 얻기를

[뉴스인] 정경호 기자 = 변규리 도예가가 10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회 주제는 ‘모래의 어족(魚族)’으로 서울 인사동에 있는 인사아트센터에서 오는 5일까지 계속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유약을 연구해 온 유약 전문가이다. 전통 유약인 석간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채로운 색을 개발했다. 직접 만든 유약을 사용한 작품들은 일반 도자기에서 보기 힘든 색상을 띤다. ‘모래의 어족(魚族)’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작가는 “유약 재료의 근간이 되는 것은 모래이다. 모래와 씨름하고 있다. 그것들을 녹이는 과정에서 모래의 어족을 만들어 냈다”고 전시회 주제를 설명했다.

변규리 작가 개인전, 인사아트센터 5일까지(사진=정경호 기자)

디스플레이도 모래로 연결성을 주었다. 모래사장에 놓이면서 작품은 모래 속에 사는 바다 생물체, 어족으로 생명을 얻는다.

전시 작품은 2004년부터 시작한 화기(花器)작업의 연작들이다. 작가는 모래에 살고 있는 바다 생물체에서 영감을 받아 그 생물체의 동적인 느낌을 화기로 표현했다.

<변신물>시리즈는 흙과 모래가 들러붙은 질감을 하고 있다. 한 작품에서도 나무의 겉면 같은 질감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색상, 투명함이 공존한다. 재료와 유약에 대한 작가의 끈질긴 탐구에서 나온 특유의 질감이다.

<촉수>시리즈는 말 그대로 내부에 촉수가 두세 개씩 나 있다. 촉수는 화병으로서 꽃을 꽂는 기능을 맡는다. 동시에 움직일 것 같은 촉수는 꿈틀거리는 내부 욕망의 표현이다.

화기의 어깨에는 돌과 모래가 녹아내려, 혹성에 내린 듯 우주적이면서 원초적인 질감을 연상하게 한다.

작품은 바다와 우주의 결합에서 태어난 근원의 생명력을 전한다. 물을 담은 화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바다에서 살아 움직일 것 같다.

“지난 겨울 엄청난 실험을 한 결과물들이다. 이번 작업의 테마는 바다이다. 바다 생물의 촉수를 단 화기를 통해 다양한 생명체로 변신을 꿈꾸는 테마를 표현했다”고 말하는 작가는 “화기는 뜨거운 불길 속에서 강인한 생명체로 태어났다. 저의 작업을 통해 생명력을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다. 극한의 불을 이겨낸 그들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을 보며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나는 모래와 돌과 불에게 권한을 내어주고 무대 뒤로 사라진다. 그들은 서식지를 찾아 잔뜩 구부러진 공간, 화기(花器)의 어깨와 입, 팔, 다리에 들러붙어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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