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필자가 영국 네이티브와 생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종종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있다. 필자의 어머니는 필자의 생일을 음력으로 챙겨주시고 필자의 가족들은 양력으로 필자의 생일을 축하해준다. 말하자면 필자는 양력과 음력 생일 모두를 챙기는 셈이다. 그런데 이걸 듣는 영국인들은 "네가 여왕이야, 생일을 두 번씩이나 챙기게?" 하면서 필자를 놀린다. 오늘은 여왕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여왕은 매년 2번의 생일을 맞이한다. 첫 번째는 태어난 날 4월 21 (1926년), 그리고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축하 행사를 하는 생일은 6월 둘째 주 토요일이다. 해마다 2번의 생일기념 행사를 하는 것이다. 실제 태어난 날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고, 공식적인 생일날인 6월 둘째 주 토요일은 생일을 축하하는 군인과 기마병들의 화려한 공연이 버킹엄 궁전 광장에서 열리고 수많은 관중이 이를 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다.

지난주 4월 21은 여왕의 94번째 생일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온 국민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하게 행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왕은 모든 행사일정은 취소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대신 여왕의 어린 시절 동생 마가렛 공주와 함께한 영상을 공개하며 행사를 대신했다. 코로나로 실의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고, 의료종사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여왕에게 2개의 생일이 있게 된 계기는 17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 조지 II 세의 생일은 11월 9일이다. 조지 II 세 왕은 자신의 생일날 대중들에게 보여줄 만한 큰 축하 행사를 원했다. 그런데 11월의 날씨가 군인들이 행진하는 축하 행사를 하기에는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그래서 왕은 날씨자 좋은 계절을 택해서 축하 행사를 하게 되었다. 이때가 보통 6월이었다. 이후부터는 모든 군주는(왕, 여왕) 실제 생일날 외에 축하 행사를 위한 제2의 생일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다가 1788년 아스 필립 주지사가 영국 및 아일랜드의 통치자인 영국 왕의 탄생일을 국가 공휴일로 선포했다. 그러니까 실제 탄생일은 공휴일이고 공식적인 생일 축하 행사 날은 공휴일이 아니었다. 그 이후 1936년부터는 탄생일 및 공식적인 축하 행사일 모두 공휴일이 되었다. 이후 엘리자베스 II 세 여왕의 아버지 조지 VI 세가 사망한 후 여왕은(1959년) 아버지의 공식적 공휴일인 6월 둘째 주 목요일 이틀 뒤인 둘째 주 토요일로 정하게 되면서 엘리자베스 여왕 II 세의 생일은 탄생일은 4월 21일과 6월 둘째 주 토요일이 된 것이다.

엘리자베스 II 세 여왕은 자신이 여왕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여왕의 아버지 조지 VI 세는 장자가 아닌 차남이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II세 여왕의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VIII 세는 세기를 떠들썩하게 한 왕이다. 그는 미국의 이혼녀인 심슨 부인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고 끝내는 왕의 자리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는 왕보다 사랑을 선택한 왕이 되었다. 그의 뒤를 이어 여왕의 아버지 조지 VI 세가 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엘리자베스 II 세 여왕은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엘리자베스 II 세 여왕의 아버지 조지 VI 세는 가정적인 남편, 자상한 아버지였다. 그는 두 딸을 일컬어 "엘리자베스는 나의 자랑이며 마거릿 로즈는 나의 기쁨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상한 아버지였다.

조지 VI 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맞이한 세계 2차대전, 그는 이 전쟁의 승리로 영국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는 왕이 되었다. 전쟁 중의 일화로 독일에 전세가 악화하였을 때 영국의 대신들은 당시 영국의 연방 국가인 캐나다로 피신할 것을 권유했다. 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나라를 지킬 것을 맹세했고 또 대신들은 그러면 왕비와 공주들이라도 피신할 것을 종용했지만 왕비 또한 왕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왕의 나라 사랑하는 굳은 결심은 국민의 감동으로 이어져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전쟁 중에 엘리자베스 II 세 여왕도 간호사로 근무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왕의 생일 축하 행사는 모든 취소한다고 여왕이 직접발표를 했다. 그러면서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 반면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 베컴은 사흘 동안 치른 자신의 생일 축하파티를 소셜미디어에 올려서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생일파티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요즘,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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