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김혜빈 연구원.

[뉴스인]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연구원 김혜빈 = 꽃들이 화려함을 빛내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었다. 움츠렸던 가슴은 살랑살랑 바람부는대로 떠나고픈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는 멀리 삼국시대 이전부터 흰옷을 즐겨 입고 집단 음주가무를 즐기는 ‘백의민족’이었다는 기록이 역사책 곳곳에 있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풍광 좋은 곳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벌써부터 봄은 나들이철로 가슴 설레는 계절이었을 것이다. 꽃과 나무가 싱그러운 새싹을 뽐내는 이 계절엔 꽃놀이 즐기는 관광버스로, 수학여행 나선 어린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로 한층 즐거워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각 학교마다 개학도 늦어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생명의 계절이다.

이렇게 좋은 계절인데 걱정스런 주제를 꺼내는 것이 한편으로는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짚어줘야 할 일이기에 관심가져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일도 많지만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이동차량은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교통사고, 그중에서도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최근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봄철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2017년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봄 행락철 기간에 대형 교통사고가 월 평균 10건 정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4월이 가장 많은 편이었다.

대형 교통사고란 사망자가 3명 이상이거나 사상자가 20명 이상 발생하는 사고를 일컫는다. 안타깝게도 올해 3월에도 광주에서는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가로수와 교통표지판 지주대를 잇달아 들이받아 차량에 타고 있던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대형 교통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버스 등 승합차이다. 봄철 포근해진 날씨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장거리 운행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보다 들뜬 마음이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맞고 있으나 이 계절에는 꽃구경을 즐기려는 관광버스 행렬이 전국의 도로를 메우는 것이 보통이다.

해마다 관광철 시즌에는 음주사고를 포함한 교통사고가 가장 많고, 특히 봄 행락철에는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은 한번쯤 짚어봐야 할 일이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무척 높아지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들 또한 법규와 정책을 정비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아무리 좋은 법과 규제, 좋은 정책일지라도 사회구성원들이 그것을 지키고 따라주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바로 ‘안전’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회적 자산인 것이다. 안전띠만 매도 교통사고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기에 승용차 뒷좌석을 포함한  '전좌석 안전띠 매기’를 알리고 또 알리고 있다. 봄철에 가장 경계해야 할 일 중 또 하나는 졸음운전이다.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운전자의 활동시간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수면부족이 일어나 운전중에 졸게 되는 춘곤증 현상 때문이다. 졸음운전의 위험성은 음주운전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봄 행락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계절을 즐기러 떠나는 설레임보다 바짝 긴장이 되고 걱정이 앞서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하면서 교통사고 예방에도 더욱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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