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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스코틀랜드의 셰익스피어 '로버트 번스'스코틀랜드의 셰익스피어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
김효헌 | 승인 2020.02.28 11:30

[뉴스인] 김효헌 = 잉글랜드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스코틀랜드에는 ‘로버트 번스’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셰익스피어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

해마다 2월이면 졸업 시즌이다. 필자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졸업식을 꼽으라면 초등학교 졸업식이다. 필자는 몇 번의 졸업을 거치면서 졸업식에 슬퍼했던 기억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초등학교 졸업식 때는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이 가사처럼 다시는 소꿉 친구들 못 볼 것 같고 영영 작별할 것 같은 서러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 그때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때 그 시절 생각이 난다.

석별의 정의 실제 곡인 ‘올드 랭 자인’ 은 스코틀랜드의 언어로 쓰인 것으로(Auld Lang Syne, 영어로 Old long sine-오랜 옛날부터)라는 이 곡에 가사를 붙여 부른 곡이다. 실제 이 곡은 영국에서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부르는 축가로 ‘호그머네이 데이’에 부르는 송연의 밤 노래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석별’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1900년대 초에 애국가를 이 곡조에 붙여 우리 국민이 불렀다는 기사도 있다. 3·1운동 때도 ‘올드 랭 사인’ 멜로디로 애국가를 불렀다고 한다. 1948년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환상곡’이 애국가로 정해지기 전까지는 ‘올드 랭 사인’이 애국가의 멜로디로 사용되었다. 1953년 무렵 영화 <애수>가 상영되면서 이 노래가 다시 소개되었고, 이후 강소천이 한국어 가사를 붙였으며 졸업식 곡으로 많이 불렸다.

이처럼 한국과 많은 연관성이 있는 이 곡의 실제 작사가가 바로 ‘로버트 번스’ 인 것이다.

‘로버트 번스’는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으로 잉글랜드의 셰익스피어와 버금가는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해마다 그의 탄생일( 1월 25)에 맞춰 ‘번스 나잇(Burns’s night)’ 행사를 한다. 이때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인 타탄을 입고 백파이프에 맞춰 춤을 추고 스코틀랜드 전통음식인 하기스를 먹는다.

로버터 번스는 스코틀랜드의 알로웨이(Alloway)라는 곳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농사를 거들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다. 아버지 윌리엄의 부지런 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고단한 삶의 연속이었다.

 

교육은 주로 아버지에게서 받았으며, 개인 교습도 받았다. 15세 되는 해에 농장의 주요 일꾼이 되어 있었으며, 첫사랑에 사랑에 빠졌다. 그 사건에 영감을 받아 ‘O, Lov'd A Bonnie Lass’라는 생에 첫 시를 쓰게 되었다. 또 페기톰슨을 만나 ‘Now Westlin' Winds’ 와 ‘I Dream'd I Lay’를 썼다. 고된 일을 하면도 틈틈이 시를 읽고 열일곱 살 때부터 시를 쓴 번스는 1786년에 《주로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된 시들》(Poems, Chiefly in the Scottish Dialect)을 세상에 내놓는다. 서민들의 소박하고 순수한 감정을 영어가 아닌 스코틀랜드 언어(게일어)로 스코틀랜드의 전통 민요풍의 가락에 맞춰 표현한 이 시들은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번스는 일상의 모든 것이 시가 되었고 또 많은 사랑의 영감이 시의 주제가 되었다. 번스는  사랑꾼이기도 했다. 번스의 첫아기는 어머니의 하녀인 엘리자베스 파튼(Elizabeth Paton)에게서 태어난 엘리자베스 베스 (Elizabeth "Bess" Burns)다. 이후 진 아머 (Jean Armour) 가 쌍둥이를 임신하면서 진 아머의 아버지에게 결혼하겠다고 하였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3년 후에 번스의 시가 성공을 거두면서 결혼 승낙을 하였다. 그들은 9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3명만 살아남았다. 그는 또 한 동시에 메리 캠벨 (Mary Campbell)과 사랑에 빠졌다. 그때 3개의 씨와 1개의 노래를 지어 그녀에게 바쳤다. ‘The Highland Lassie O’, ‘Highland Mary’, and ‘To Mary in Heaven’과 노래 ‘Will ye go to the Indies, my Mary, And leave auld Scotia's shore?’ 지어 그녀에게 헌정하면서 그녀에게 자메이카로 같이 갈 것을 제안했다. 일종의 사랑의 도피인 것이었다.

진 아머는 평범한 시골 처녀였으며, 매리 캠벨은 누가 봐도 반할만한 미인으로 기록돼 있다. 그래서 자메이카로 갈 뱃삯을 구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방언 시집’을 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캠벨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고 진 아머가 쌍둥이를 낳고 자메이카를 가지 않았다. 이 성공으로 번스는 에딘버러에 상경해서 문필가들과 교류를 나누는 삶을 살게 된다. 번스는 에딘버러에 살면서 수많은 염문(艶聞)을 뿌리고 여러 명의 사생아를 낳았으며 위스키를 사랑한 시인으로 유명하다. 로버트 번스는 37살의 나이에  과도한 음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래서 번스나잇날에 반드시 위스키를 마신다. 그가 작사한 시는 총716(글라스코대학 기록)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올드랭 사인은 1788년에 어떤 노인이 부르던 노래를 바탕으로 ‘번스’가 지은 시를 ‘윌리엄 쉴드’가 작곡한 곡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곡이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3곡으로는 ‘Auld Lang Syne’ ‘Happy Birthday’ 그리고 ‘He’s a jolly good fellow’라고 한다. 로버터 번스는 세상에 없지만 그를 기리는 기념관과 동상은 세계 여러 곳에 있다. 그 예로 가장 오래된 동상은 1830 호주에 세워졌으며, 러시아에서는 소비에트 연맹이 세계에서 처음으로(1956 ) ‘번스’를 우표에 사용하였다. 그리고 많은 영국인들이 미국,호주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번스를 기념하는 단체와 동상이 세계 여러 곳에 있다.


필자는 스코틀랜드에 살면서 어린 시절 하염없이 눈물 흘리게 한 졸업식 노래의 작사가 로버트 번스’를 알게 되었다. 그의 일생을 좀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그의 생가와 박물관을 찾았다. 에딘버러에서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차를 달려서 알로웨이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생가, 박물관, 기념비, 그리고 가족 묘지도 같이 있었다. 먼저 그의 생가를 찾았다.  생가는 초가지붕으로 지어져 있었고 안에는 가축도들 함께 살았다고 적혀 있었다. 작은 집에 2개의 방으로 많은 식구들과 가축들이 모여 살았다고 상상을 하니 그들의 고단한 삶이 피부로 전해져 왔다.

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생가에서 10분정도 거리에 있었다.

 

가는 길에 바람의 세기를 알리는 풍향계의 모양이 미소를 짓게 했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또 몇 분을 걸어 기념비에서 사진도 찍었다. 기념비 앞에는 시’brig o` doon’으 배경이 되는 다리도 있고 주변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가족 묘지가 있는 작은 교회에 가서 오래된 비석을 보고, 오는 길에 너무 아름다운 찻집이 있어 차를 한잔 마시면서 18세기의 그를 상상속으로 만났다.


‘번스의 올드랭사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한국과도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깊은 연관이 있는 노래다. 일제 시대 애국가를 이 곡에 의해 불렸으며, 우리나라 찬송가 280장(구 338)에도 이곳이 있다는 것을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먼 이국 땅 작은 나라 스코틀랜드에서 한국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 달게 되었다. 해마다 2월이 되면 졸업식이 열린다. 졸업시즌을 맞아  필자의 어린 시절 정든 친구들은 잘 있는지 ‘석별의 정’을 부르며 슬피 울었던 기억이 떠올라 이 기사를 쓰게 되었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졸업식도 많이 취소가 된 듯하다. 하루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서 안정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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