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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모델 김중렬 두 번째 삶의 선택, 문화예술과 더불어 사는 실버의 삶
뉴스인 | 승인 2019.10.28 14:34

[뉴스인] 예술이 나의 직업이 된 것은 질병이 준 뜻밖의 선물 같은 일이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누구나 한번쯤 병원에 다닐 일이 생긴다. 나의 경우에는 심장수술이었다. 병을 이겨낸 뒤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꿈꾸던 일을 하는 두 번째 삶을 살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 상대적으로 줄어든 기회와 강도 높은 경쟁으로 인한 소외감, 자괴감이 들었으나 마침 주변의 권유로 모델 일을 시작했는데 무대가 체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대 위에 있는 자체로 기쁘고 행복했다. 이 일이 나에게 천직이구나 싶을 정도로 삶의 의지가 된다. 경험이 꽤 쌓인 지금도 광고 촬영현장에서 카메라의 셔터소리에 설레어 심장이 뛴다.

모델로 사는 일이 행복하다. 무대 위에서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음악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으려 노력한다. 한복 패션쇼에서 왕의 역할을 자주 맡는데 올바른 표현을 위해 궁중 의식이나 예법 등을 찾아보는 일도 즐거운 공부가 된다.

특히 나에 대한 프로필을 알리고자 시작한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 그램 친구가 한명씩 늘어나며 좋아요 숫자도 6천명을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활기를 찾고. 경험과 능력이 쌓이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심사와 교육의뢰가 들어와 새로 시작하는 모델들과의 만남도 즐겁고 보람차다.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가족도 있고 한번 해보라는 의견도 있었다. 요즘은 가족들이 패션쇼에 와서 함께 기뻐해준다. 아들은 분장실부터 무대 위까지 누비며 나와 동료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시니어모델일이 확고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를 않아서 일은 많이 있지 않지만 해외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CF를 찍을 기회도 종종 생긴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분량의 욕심을 낸 것은 아니었다. 환갑이 넘은 내가 카메라와 대중 앞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작게나마 문화예술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부터 열정이 커져간다.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모델들, 스태프들과 일하다 보니 그들 모두가 가족 같은 마음도 든다. 그렇다고 그들을 절대 우습게 보지 않는다. 소녀일지라도 나에게 선배일 때도 있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이들로부터 배울 점도 많다. 오히려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련하기를 애쓰는 중이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서면 감히 창조라는 말이나 예술이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아무리 인간의 말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애써도 그 아름다움을 전부 담아내긴 어렵다. 그게 바로 자연의 전지전능함이다. 점점 그 앞에 고개가 수그려진다.

그 자연에 인간의 희망과 꿈을 최대한 투영한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화폭에 자연을 담아내는 회화나 서예가들, 원단을 화폭 삼아 옷을 지어내거나 자연을 소재 삼아 작품을 만드는 장인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모델로 시작한 제 2의 삶은 평소의 그런 기질과 문화예술발전에 작게나마 이바지하고자 하는 작은 소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흥(興)에서 시작됐다.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잘 놀고 잘 먹고 하지 않았나. 예로부터 섬세하고 뛰어난 손재주로도 유명하다. 그 모든 요소를 갖춘 것 중 하나가 오늘 날의 패션쇼라고 생각한다.

주로 혼자나 한 명의 파트너와 찍는 광고화보와는 달리 공연을 하면 많은 이들과 일하게 된다. 패션쇼도 공연의 일종이라고 보았을 때, 무대 위에 올라가는 모델들은 옷을 표현하는 배우다. 그들과 현장스태프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놀고 기진한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다. 아무래도 내 나이가 많다 보니 조언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 때 그들의 꿈과 고민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으로 그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그동안 많은 패션쇼에 무대에 모델로 오르고 연출도 했지만 이번에 이순화 디자이너 선생님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약 80명 되는 시니어모델들과 리허설도 없이 걱정도 되었지만 모두가 시대별로 이순화 선생님의 의상을 입고 멋진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이 자리에서 처음뵙는 시니어 모델들을 보면서 움직이는 한은 늙음이 아니라 청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순화 선생님 멋진 축제쇼에 초대해 주셔서 모든 시니어모델을 대신해 감사를 드린다.

열정을 소진하다 지친 후배들도 많다. 그들에게 무기력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에 충실하고 성실한 삶을 살며, 품고 있는 꿈을 포기하지 말 것. 그것이 버티는 길이다. 꿈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잘 버텨주길 바란다.

글 : 시니어모델 김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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