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런던에 있는 한국 대사관저의 저녁 만찬에 초대받아 런던에 가게 되었다. 대사관저에서의 저녁 만찬은 그이름 만으로도 설레게 했다. 에딘버러에서 런던까지 가기에는 먼 거리여서 하루 먼저 런던으로 갔다. 이번에는 영화 '노팅힐'로 잘 알려진 포토벨로 마켓에 가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서점도 가보고, 휴 그랜트가 거닐었던 거리도 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한번 걸어 보기로 했다. 

 

 

포토벨로 마켓은 엔틱가구나, 소품, 먹거리 등 다양한 것을 판매하는 거리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또 이 마켓은 영국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시장에 속한다. '노팅힐' 영화로 잘 알려져 있어서 외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 중에 하나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여행 필수코스에 속할 정도다. 필자도 몇 번 가보고는 싶었지만 일정이 여유치 못해서 가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꼭 가보고로 했다. 

 

포토벨로 마켓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런던의 지하철은 세계 최초의 지하철(1890)로 두더지를 보고 지하철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100년의 세월을 지닌 런던의 지하철 튜브는 우리나라의 지하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도 작고, 천장도 낮고, 오래 되어서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주변 구경도 할 겸 버스를 타고 갔다. 

 

초행길이라 조금 걱정도 했지만, 버스에서 내리니까 다들 포토벨로 시장으로 향하는 것 같아 앞선 사람들을 따라갔다. 포토벨로 시장은 마치 서울의 종로구 인사동을 걷는 느낌이었다. 사람들과 물건들이 다를 뿐 비슷한 느낌의 시장이었다. 다양한 고풍스러운 소품들을 보면서 하나쯤 사고는 싶었지만 돌아갈 생각을 하니 다 고만고만하게 느껴졌다.

날씨가 더워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청년이 원하는 맛을 고르니까 아이스크림으로 예쁜 장미를 만들어 주었다. 너무 예뻐 먹을 수 없는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필자의 목적은 포토벨로 시장이 아닌 영화 '노팅힐'이 나오는 거리와 서점을 보고 싶었서 온 것이다.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까 어느 시점에서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서로 노팅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영화 속 노팅힐에 나오는 원래의 서점은 지금은 없어지고 그 주변에 새롭게 노팅힐이라고 하는 서점이 문을 열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사진도 찍고, 책도 사고 하는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을 하나 보니까 기념으로 가방을 하나씩 사는 것이었다. 필자도 기념으로 가방 하나를 사고 밖에서 기념사진도 직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포토벨로 지도를 파는 상점이 보여서 어떤 것이 있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상점은 오랜된 지도를 파는 곳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신이 살고있는 나라의 과거 지도를 보고 그때와 지금을 대조하고 신기해하면서 지도를 구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침 아시아 관련 지도도 있었다. 그래서 한장 한장 조심스럽게 넘기면서 자세히 살펴 보니까 한국 지도가 있는 것이었다. 

 

 

1745년의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도와 1750년 조선을 단독으로 그린 지도였다. 지도를 보면서 마치 골동품 속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쁘고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먼 이국땅 런던의 포토벨로에서 1750년대 조선의 지도를 발견할 수 가 있단 말인가?. 재빠르게 인터넷으로 1750년대를 찾아보았다. 조선 영조 대왕 26년이라고 나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에 와있는 기분이다. 이곳에서 이런 멋진 지도를 발견하다니. 지도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첨예하게 서로 대립하면서 자신의 바다라고 주장하는 바다를 동해(See of Korea) 라고 분명하게 표기되어 있었다. 

 

 이런 지도들이 어떤 경로로 이곳까지 와서 이렇게 팔 수 있는지 궁금해서 사장님에게 나의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사장님은 필자의 인터뷰에 고마워하며 경로는 사업의 문제라 밝힐 수 없지만 이 지도들은 모두가 오래된 지도들이며 전 세계의 웬만한 지도는 다 있다고 했다. 그리고 7년 전인가 한국의 모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해간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장님은 한국과 일본이 '동해' 와 '일본해'를 두고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사실을 잘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이슈가 되는 북한과의 대화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필자는 이런 귀중한 지도는 반드시 구매를 해야 할 것 같은 강한 의무감 같은 것이 들었다. 포토벨로의 그 어떤 것 보다 더 값진 보물인 이 지도를 사지 않으면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생각날 것 같아 지도를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필자가 구입한 지도는 1750년, 프랑스 왕립 지리학자 Jacques Nicolas Belin이 손으로 하나하나 칼라를 입혀 그린 지도로서 프랑스 말로 Mer De Coree라고 쓰여 있다. 번역하면 한국의 바다 동해(Sea of Korea)라는 뜻이다. 이렇게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일본은 아직도 '일본해' 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런 지도를 보고도 사지 않는다면 한국인이 아닌 것 같았다. 한국 돈으로 조금은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지만, 대대로 가보로 남겨놓을 셈으로 지도를 손에 쥐었다. 

 

 

지도를 손에 쥐고 한국인으로서의 당당한 자부심을 품고 대사관저에 도착했다. 그리고 필자가 오늘 포토벨로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지도를 보여 줬다. 200년도 넘은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의 기분이 들었다는 호들갑을 겸한 자랑을 하면서 지도를 보여 줬다. 귀한 보물을 보는 듯 신기해하면서 만찬을 즐겼다. Jacques Nicolas Belin이 그린 이 지도는 현재 미국 의회도서관(Libart of Conhress)에 보관돼 있다. 필자가 산 것은 원본과 같은 복사본이다. 

많은 사람이 런던에 오면 영화 노팅힐을 보기 위해 포토벨로 시장에 간다. 혹시라도 다음에 포토벨로 시장거리에 가게 된다면 꼭 지도 파는 상점에 들어가서 한국 지도를 반드시 보기를 추천한다. 지도에 적힌 동해를 보고 한국인의 강한 자부심을 가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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