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런던 (Pride London, Gay Pride 2019,7월6일)

 

[뉴스인] 김효헌  = 필자는 지난 7월 5일 영국 대사님의 디너 초청으로 런던 대사관저에 있었다. 런던은 스코틀랜드와는 많이 다른 여름 날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다음 날 7월 6일 런던 한복판에서는 게이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었다. 필자는 아직 게이라는 말에 익숙하지가 않다.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어색하고, 조금은 불편한 느낌도 있다. 게이 퍼레이드라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기에 퍼레이드를 하는 곳으로 갔다. 이 거리 퍼레이드 행사는 리젠트 스트리트, 옥스퍼드 서커스, 워털루 플레이스, 트라팔가 스퀘어를 거쳐 화이트홀에 이르러서 끝이 난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퍼레이드로만 인식하고 있었기에 성 소수자들로만 구성된 것으로 생각하고 퍼레이드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이곳은 성소수자들만의 퍼레이드가 아닌 것 같았다. 가족들이 다 같이 와서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같이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걸어가는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성 소수자들만의 행진이 아니었다.

거리마다 무지개 색으로 치장한 많은 장신구들과 스카프가 가득했다. 상점마다 무지개 색이 그려진 여러 가지들을 팔고 있었고 사람들도 무지개 색으로 된 것을 두르고, 입고, 걸치고 또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있었다. 다들 즐겁고 신나는 표정들이였으며 또 행복한 모습으로 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즐기기 위해 이곳 퍼레이드에 참여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필자는 서울에서 하는 퀴어 문화축제를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기성세대들이 이 행사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필자 또한 선입견을 가진 다른 기성세대와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곳 런던에서의 행사는 우리 세대가 가진 성 소수자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퍼레이드는 성 소수자들만을 위한 거리 행진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같이 함께 즐기는 거리 행진을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런던 프라이드 페레이드의 시초는 미국 스톤월 항쟁이다. 스톤웰 항쟁(Stonewall riots)은 1969년 6월 28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스톤월 인`(Stonewall Inn)을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1950~60년대에는 매우 적은 시설들만이 동성애자들을 맞이하였고 그중 대부분은 술집이었다. 그 중에서도 `스톤웰 인`은 규모가 작은 술집이었는데 가난하고 어린 친구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집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주류를 제공했다. 이때에는 경찰이 수시로 그런 부류의 술집을 단속을 해왔지만 더 이상 ‘스톤웰 인’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버렸으며, 동성애자들이 그 기세를 몰아 군중을 모으고 항쟁을 일으킨 것이 성 소수자들의 항쟁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약 2,00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1972년 7월 1일 런던에서 시작된 최초의 공식 영국 게이 프라이드 랠리(Gay Pride Rally)를 거쳐 지금까지 여러 단체가 모여 런던 프라이드를 개최해왔다.

이 퍼레이드는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 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가장 큰 행사로 꼽힌다. 처음 시작은 게이에서 시작 했지만 지금은 LGBT (레즈비언, 게이, 바이 섹슈얼,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기념하는 무료 축제 행사가 되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상과 이념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성 소수자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해 주고, 이해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퍼레이드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열 명 중에 한명은 게이’라고 하고, ‘잘 생기고 멋스러운 사람들은 게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게이 서점도 있고 또 영국 윌리엄 왕자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영국에서 이런 특별한 거리행사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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