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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용한 4·25 북·러 정상회담
차윤호 | 승인 2019.04.26 11:27

[뉴스인] 차윤호 논설위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7년 8개월 만에 북·러 정상회담이 지난 2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만남이다.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달리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

특이한 점은 이번 정상회담 후 양국 리더가 배석한 공동 기자회견이나 선언문 채택조차 없이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북·러 정상회담을 마치고 푸틴 대통령 혼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정상회담을 가진 양국은 회담 결과의 구체적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북·미간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가 간다.

최근 북·미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 장기전으로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무게는 결과 보다는 만남 그 자체에 의미가 더 무겁다고 볼 수 있다. 조용한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이번 만남을 통해 비핵화 장기전에 대비해 러시아라는 우군과의 돈독한 관계를 다졌고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와 존재감을 더 확대시키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 해결방안과 관련해선 북한과 러시아의 입장이 비슷하다. 양국은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는 결을 같이 해왔다. 러시아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더 나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지만 비핵화 해결 방안은 미국이 주장하는 ‘빅딜’ 즉 비핵화, 평화협정, 제재완화를 동시에 일괄 타결하는 방안 보다는 북한과 중국이 원하는 포괄적이면서 단계적, 동시적 프로세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을 지킬 수 있는 자국안보와 주권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이 내용을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에 전달해 주기를 요청했다. 즉, 북한은 체제보장을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우군인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는 속셈으로 읽혀진다.

동시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러간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북한은 유엔의 경제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비공식적으로 유엔의 대북제재를 우회 할 수 있는 에너지 지원, 식량지원 그리고 러시아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비자연장에 대해서 깊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극동 개발과 궤를 같이하면서 북한을 통과하는 시베리아 철도연결(TSR)사업과 시베리아에서 연결되는 석유, 가스관 연결사업 더 나아가 나진-선봉의 항만이용 확대 사업에 대해서 북한과 협의했다.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남·북·러 협력사업인 북한 영토를 통과하는 빅 프로젝트 사업은 비핵화 해결 없이는 현실성이 낮다는 전제하에 중·장기적인 사업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은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 참석차 중국으로 향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지도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전략적 신뢰’를 구축했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해결에 있어서 영향력 확대와 정상회담의 내용을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 있어서 북·중·러 목소리가 커져 북한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조급증으로 희망과 현실을 뒤섞어 역행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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