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바람과 함께 여기저기 새싹이 돋아나고 노란 수선화가 온 에딘버러를 덮는다. 그리고 사월이 되면 스코틀랜드의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려 자라고 있는 게 있다. 바로 명이 나물이다.

 

명이는 영어로 와일드 갈릭(wild garlic)이라고 부르는 야생 마늘이다. 스코틀랜드에 봄이 오면 이 야생마늘은 습한 곳에서 군락을 이루면서 자란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달래와 명이가 같이 서로 공존하면서 한자리에서 밭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사월이 되면 연례 행사처럼 명이 나물을 하러 간다. 봄이 오면 시골 아낙네들이 산으로 들로 봄나물을 하러 가는 것처럼, 이곳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산으로 들로 명이 나물을 따러 가는 계절이 왔다.

명이 나물을 하는 시기는 사월 초 중순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꽃이 핀다. 꽃이 핀 명이는 나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명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째는 산 마늘을 먹으면 귀가 밝아진다고 해서 명이(明耳)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둘째는 울릉도 사람들이 겨울과 봄 사이 먹을 것이 없을 때 산 마늘로 연명했다고 해서 명이(命荑)라고 불렀다. 산 마늘이 일반 마늘과 다른 점은 주로 잎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식물 전체에서 마늘 냄새가 나고, 관상용으로도 활용되며 알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명이나물의 효능은 성인병 예방, 소화 촉진, 면역력 증진, 피로회복, 항암작용 등의 여러 가지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으로는 소화 작용을 돕는 알리신 성분이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위 점막을 손상시키다. 또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이 먹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이와같이 다양한 효능을 가진 명이가 이곳 스코틀랜드에는 지천으로 자란다. 그래서 매년 사월이 되면 연례 행사로 명이를 따러 간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일찍 자라서 오늘 명이를 채취하러 갔다. 준비물은 커다란 가방과 가위, 장갑이다. 삼겹살에는 명이가 제격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명이나물을 본적은 없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귀한 산나물 이라는 것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오늘 그 명이를 직접 따러 간다.  장소는 Dalkeith country park 라고 하는 곳이다. 이곳은 300년전 건축되었으며 귀족이 살던 곳이다. 지금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지방 공원이다. 말이 공원이지 예전의 화려했던 궁도 있는 정말 멋진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차를 세우고 10분 거리에 있는 계곡 쪽에 명이를 따러 갔다. 가기전에 먼저 명이를 체취해도 되는지 알아본 결과 명이는 다년생 식물이라 뿌리를 뽑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갔다. 많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명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지천으로 퍼져있었다. 마침 이스트 방학 기간이라서 아이들도 같이 나들이 겸 따라와서 자신들도 명이를 따겠다고 여기저기 신나게 돌아다니며 즐거워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명이를 따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산책 객이 물었다. 식당에서 식재료로 필요해서 인부로 고용된 사람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한국사람들이 각자 커다란 가방을 한, 두개씩 가지고 명이를 체취하고 있으니까 마치 일꾼 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처럼 이곳사람들도 명이를 식용으로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다양하게 먹는 것은 아니고 감자와 함께 삶아서 스프로 끓여 먹고 파스타에 넣어 먹고 하는 정도다. 그리고 또 마트에서 팔고 있으면 가격도 조금 비싼편이다. 

 

필자는 어떤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따서 마트에서 주는 가방에 한가득 담았다. 2시간 정도 하니까 다들 힘이 드는지 그만 하고자 해서 각자 수확한 가방을 차에 실었다. 그리고 나서 공원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화창한 봄 날씨에 감사하며 오후의 행복한 수다의 시간을 가졌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 자동차를 탔는데 트렁크에서 마늘 냄새가 진동을 했다. 명이를 채취할 때는 냄새가 이렇게까지 심한 줄은 몰랐는데 어마무시하게 많이 났다. 이제 이것을 가지고 이곳 한인들은 김치도 담고, 전도 부치고, 장아찌도 담그면서 한해 먹거리를 장만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들 오늘 메뉴는 삼겹살이라고 했다. 필자도 오늘 저녁은 명이 쌈에 삼겹살을 구워 먹어야 겠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