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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2월의 스코틀랜드
김효헌 | 승인 2019.02.07 10:28

 

[뉴스인] 김효헌 = 새해가 되면 늘 하는 계획이 있다. 다이어트다. 올해는 꼭 살을 빼 보리라 마음먹지만 작심삼일이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되면 또다시 시작하는 다이어트계획이다. 해마다 먹는 나이만큼 허리 사이즈도 늘어난다. 올해는 꼭 다이어트를 해 보리라 마음먹고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 받은 식초로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집 앞에 있는 가든에 가서 두 바퀴씩 뛰기로 다짐을 했다. 그런데 대문만 나가면 되는 가든 인데 잘 나가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1월도 가고 2월이 되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꿈은 그냥 꿈이고, 로망은 지르는 것”이라고, 이처럼 나의 다이어트는 그냥 꿈인가, 아니다 아직 희망은 있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눈이 와 있었다. 아이처럼 기분이 들떠서 집 앞 가든에 갔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내 발자국을 남기면서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꽃이 피어 있었다. 눈 속에서 살며시 고개 내밀고 있는 ‘스노우드롭’이라는 꽃이다.

이 꽃은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 같은 꽃이다. 언제 싹이 올라왔는지 모르는 동안에 꽃이 피어 있었다니, 내가 와 보지 않은 사이에 봄은 이렇게 가까이 와 있었던 것이다.

스노우 드롭만 핀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벚꽃 같은 것이 벌써 피어 있었다. 하긴 1월부터 조금씩 보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꽃이 피리라고는 상상을 못 한 일이여서 참으로 신기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러 종류의 꽃이 피어 있었다. 그리고 새싹이 반쯤 올라와서 나를 봐 달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나무들은 마치 크리스마스 때 솜으로 장식하는 트리처럼 눈으로 옷을 입었다. 

너무 환상적이어서 연신 소리를 질러다 “여긴 스위스야, 그냥 스위스 안가도 될 것 같아”라고, 마치 눈의 나라에 온 것 같았다. 한국은 눈이 와도 콘크리트와 아파트로 둘러싸여서 자연을 보기가 어려운데 이곳은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온통 자연 그 자체다. 눈 온 날의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일요일에 한인교회에 갔다. 이제 며칠 있으면 한국 고유의 명절 설날이다. 벌써 몇몇은 한국으로 갔고 또 몇몇은 한국으로 간다고 했다. 누구는 3년 만에 처음 간다고 하고, 누구는 5년 만에 한국에 간다고 보는 사람마다 자랑을 한다. 나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이번 주일에는 떡국도 끓이고 또 각자 몇 가지씩 음식을 해서 같이 나눠 먹기로 한 날이다. 또 주변에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떡국도 끓이니까 같이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했더니 포르투칼에서 온 학생과 타이완에서 온 학생, 그리고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서 1년 정도 살다 온 영국 학생도 왔다. 각자 가기 소개를 하라고 했더니 한국말로 유창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한국말을 너무 잘 하는 게 신기해서 다들 한바탕 크게 웃었다.

한국에서 반가운 친구 가족이 에딘버러에 여행을 왔다. 이번에는 설 연휴를 이용해서 가족이 영국으로 여행을 온 것이다. 이 친구는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학부모회 모임을 같이 하면서 인연이 되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도 계속 만남을 가져왔던 친구다. 그런데 이 가족이 지방으로 가게 되면서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보지 못했는데 이곳 에딘버러에서 5년만에 만난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세상은 참으로 넓고도 좁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친구 가족이 한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잘 아는 한식당으로 가서 오랜만에 삼겹살에 소주로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 못가는 나의 마음을 이 친구 가족으로 인해 조금은 해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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