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7년 4월~7월 서울 A노인복지관의 진료실에 방문한 80명의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4주간 복용한 약물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복용약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수록 복용 약물이 많거나 부작용을 자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을 아는 노인환자일수록 적게 먹어
연구대상 노인 80명의 평균 복용약물 개수는 7.2개였고, 최고 27개의 약물을 복용한 노인도 있었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무슨 약인지 아는가 하는 질문에 전체 대상자의 50%인 40명이 복용 중인 약물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약물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의 평균 복용약물 개수는 13.7개로 약을 알고 먹는 환자들의 6.8개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또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에서 평균 약물수가 평균 11.8개로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은 환자(평균 6.3개)보다 많았다.
◇약물부작용은 낙상, 요실금 등 노인병증후군의 중요 원인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90% 이상이 만성질환에 이환돼 있고, 특히 3개 이상의 만성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약물복용을 하는 노인들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주치의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고 환자에 대한 약물복용 감시체계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체계에서, 만성복합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들이 여러 개의 병원을 다니면서 일부 약물들을 중복하여 처방받을 가능성이 높다.
약물 부작용은 섬망이나 낙상, 요실금 등을 비롯한 주요 노인병증후군의 매우 중요한 원인인자로 알려졌으며, 실제로 입원노인환자의 30%는 약물복용과 관련된 문제가 원인이라는 보고도 나왔다.
◇잘못 사용한 노인질환 치료제, 약물 부작용의 주범
노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고혈압 치료제, 항염 진통제, 류마티즘 치료제, 소화불량, 변비약 등이다. 이러한 약물들은 대부분 적절한 용법을 알지 못할 때 의학적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혈압 치료제를 쓰던 환자가 혈압이 너무 떨어져 저혈압이 되거나 당뇨병환자에게서 저혈당이 오는 경우 등이 있다.
미국질병통제청이 미국내과학회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응급실로 실려온 노인 약물부작용 환자의 33%가 그 원인이 항응고제 와파린과 심부전치료제 디곡신, 혈당조절을 위한 인슐린 등 노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들이었다.
흔히 보는 약물 부작용의 증상으로는 피부 발진, 가려움증, 발열, 구역, 구토, 어지러움증, 두통, 위장장애를 손꼽을 수 있다.
비교적 심한 부작용으로는 골수기능장애, 간장애, 신장장애, 부정맥, 각종 신경증상(환각, 우울증, 의식장애)등이 있다.
특히 한꺼번에 여러 약을 복용하는 노인은 위장출혈, 변비, 식욕저하, 어지럼증과 낙상, 섬망(정신착란), 불면증, 우울증, 허약증상 등과 같이 애매하고 심각한 증상들이 더 많이 생긴다.
또한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약물을 먹고 또 그에 따른 부작용에 시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될 수 있다.
◇노인은 간ㆍ신장기능 저하로 약물 부작용에 취약
70대 노인은 20대에 비해 약물 부작용이 7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노화에 의해 간과 신장의 기능이 저하돼 있는 노인은 건강한 일반인보다 약물이상반응이 더 흔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기능 저하, 만성질환 증가, 의식상태 저하 등의 요인에 의해 동일한 약물처방에 대해서도 남보다 부작용 위험성,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취약성,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는 현상 등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만성복합성질환에 노출되어 있어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노인들이 같은 질환으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처방을 받거나 질환별로도 여러 진료과를 찾는다.
하지만 각 병원간 처방약물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므로 약물의 중복처방이나 약물상호작용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약물을 처방 받아 약물부작용이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노인들은 육체적인 기능저하와 심리적 불안감이 겹쳐서 일반적인 성인들보다 약물에 의존하거나, 임의대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많아 약물부작용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윤 교수는 "다양한 질환으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면 이쪽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보여줘야 한다"며 "자신의 모든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노인 주치의'를 정하고 약물 복용에 대해 상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약국도 단골약국을 정해서 다니게 되면 여러 병원에서 받은 처방을 한눈에 보게 돼 같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 하에 처방된 약만을 복용하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중복 복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고 난 후 발생한 증상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며 "치료 중인 노인에게 새로운 증상이 발생하면 보호자들은 약물에 의한 부작용은 아닌지 확인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단 약물투여를 중단하거나 투여용량을 줄이는 등의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