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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지역 주민의 삶 송두리째 빼앗은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업,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나
박준식 기자 | 승인 2018.08.09 15:16
An aerial view of the flooded plains in Laos's Attapeu province on Tuesday. (ABC Laos/AFP/Getty Images)

[뉴스인] 박준식 기자  = 8월 9일 오전 11시, 기업인권네트워크, 발전대안 피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진실의 힘, 참여연대, 피스모모, 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대응 한국 시민사회 TF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7월 23일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현재까지 13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으며, 6천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단체들은 매우 이례적이고 비극적인 사고로 많은 것을 잃은 라오스 주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을 위한 한국 시민사회 TF를 구성하여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언을 맡은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는 이번 댐 사고의 쟁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사고 원인에 대한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의 설명이 상이한 점을 설명하며, 사고에 대해 두 기업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민관협력사업(PPP)으로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한 사업으로 기재부와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초기 당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고, 이주 대책이 미비, 일부 어종의 멸종과 어류감소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해당사업을 지원한 근거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에 한해서만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심지어 세이프가드 첫 적용 사업인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 은 지역주민의 반대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언을 맡은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라오스 댐 사건과 관련된 유사사례들을 발표하며 해당 사업이 ODA 사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라오스 댐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 국장은 2013년 유엔은 이미  ‘한국 정부의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이 아닌 개별 기업의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인권침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다면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으며,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의 첫 번째인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강조했다. 또한 SK건설 등 한국 기업은 댐 사고의 직접적 책임 당사자로서 사업 시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발언을 맡은 윤지영 피스모모 정책 팀장은 메콩지역 시민사회 요구를 전하며, 한국 시민사회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라오스 주민들과 지역의 목소리에 귀기울고 적극 연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시민사회TF는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진상조사 촉구 활동 라오스 피해지역 복구 재건을 위한 SK건설, 한국서부발전, 한국 정부 지원 촉구 활동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조사 및 관련 제도 개선 활동을 위한 국제모니터단을 구성해 활동하겠다 밝혔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진상조사에 책임있게 임해야 하며, 한국 정부와 SK건설, 한국 서부발전은 라오스 피해지역 복구와 재건을 위한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관협력사업(PPP) 활성화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 대규모 개발사업이 미치는 환경적, 사회적, 인권적 악영향을 예방하고 지역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장치인 세이프가드 이행을 의무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


 

라오스 지역 주민의 삶 송두리째 빼앗은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업,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나

 

 

지난 7월 23일 라오스에서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로 현재까지 34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실종되었다. 이 사고로 13개 마을에 거주하는 1만 3,067명이 영향을 받았고 이 중 6개 마을, 7,095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댐 사고로 쏟아진 물이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까지 덮쳐 그 피해는 예측할 수 없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거대 자본과 정부가 개발이익을 챙겨가고, 개발로 인한 위험은 고스란히 힘없는 지역 주민이 떠안았다. 댐에서 생산한 전력 90%는 라오스가 아닌 태국으로 수출될 예정이었다. ‘아시아의 배터리’가 되겠다며 무분별한 수력발전 사업을 추진해온 라오스 정부에는 경제적 이익을, 시공사인 SK건설과 27년간 운영권을 가진 한국서부발전은 개발 이익을 차지하는 사업이었다. 댐 건설 지역에 사는 지역 주민들은 개발 사업으로 인한 이익은커녕 생태계 파괴와 강제이주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을 잃고, 생활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SK건설 등 시공사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역시 이 비극적인 사고에 책임이 있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업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합동으로 추진하고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최초로 지원한 민관협력사업(PPP)으로,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로 지원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당시 기재부는 ‘원조’와 ‘수출’을 결합한 새로운 복합금융 모델이라며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인도주의실현을 목적으로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ODA 사업에서 오히려 지역 주민 수천 명이 생활터전을 잃고, 수백 명이 실종, 수십 명이 생명을 잃은 것이다.

 

이에 우리는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에 책임이 있는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진상조사에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 현재 라오스 정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태국 정부의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원인에 대해 시공사인 SK건설은 폭우로 인한 보조댐 ‘범람’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서부발전은 보조댐 ‘붕괴’로 설명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입지선정, 설계나 시공에서 잘못된 것은 아닌지, 환경·사회영향 평가가 제대로 시행되었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진상조사가 단순히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복구와 재발방지, 추가적 피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 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피해지역 주민 대표들과 현지 NGO, 한국과 국제 시민단체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전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 정부와 SK건설은 라오스 피해지역 복구와 재건지원을 위한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라오스 주민들은 이번 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뿐 아니라, 거주지와 생계수단을 잃었다. 피해지역 복구와 재건은 긴급구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국 정부와 SK건설은 책임 있게 피해지역 복구와 재건을 위한 장기계획을 마련하여 지원해야 한다.

 

셋째, 한국 정부는 민관협력사업(PPP) 활성화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동안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를 준수하지 않은 채 수익에만 몰두하여 사업을 추진할 경우, 협력대상국의 빈곤을 해소하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개발협력 사업 취지를 오히려 해칠 수 있으며, 지역사회의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삶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왔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기업이 개발협력 사업 참여시 지켜야 할 행동강령이나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우리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필요를 고려하지 않고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이뤄진 개발협력사업이 실제로 많은 이들의 생존권과 목숨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업 초기부터 지역주민과 현지 단체들이 제기했던 우려의목소리에 귀기울였다면 이러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민관협력사업 활성화 정책을 재점검해야 마땅하다.

 

넷째, 한국 정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미치는 환경적, 사회적, 인권적 악영향을 예방하고 지역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 장치인 세이프가드 이행을 전면 의무화해야 한다. EDCF 세이프가드에 따르면, 세이프가드는 유용한 지침이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필수적이지 않은 세이프가드는 유명무실 하다. 또한, 이행 책임을 협력대상국에 둔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착수한 사업일지라도 세이프가드를 준수하고 있는지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세이프가드가 실제 개발현장에서 주민들의 인권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작동하는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는 지난 2017년 한국 공공금융기관이 유상원조를 시행할 때 인권관련 사항들을 고려하거나 요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 한국 정부는 권고에 따라 환경·사회영향평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권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더불어 사업타당성 보고서, 환경·사회영향평가 등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것이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 있는 조치이다.

 

우리는 라오스 주민과 현지 단체와 적극 연대하며 이번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할것이다. 또한 협력대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개발협력 분야의 법·제도적 장치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2018년 8월 9일

 

라오스 세피안 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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