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뉴스인] 이다영 EWB 간사 = 하루가 멀다하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는 요즘 날씨. 얼마 전에는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더니 하늘이 뿌옇게 변했고 내 옷에서 먼지 냄새라도 나는 것 마냥 찝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얼굴에 뾰루지가 나도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고 평소보다 피곤한 것도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이 느껴졌다. 미세먼지 때문에 기관지질환이 많아지자 공기청정기 판매도 급증했다고 하는 말들도 섭섭지 않게 들려오니 지금 대한민국이 미세먼지 초비상사태가 맞긴 한가보다.

매일같이 먼지 속에 살아가는 부르키나파소의 한 양치기의 모습. (사진=이다영)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시민들에게 공짜로 나누어주고 핸드폰으로 무섭게 경보도 울려준다. 미세먼지 지수가 높은 나라들이 세계에 여럿 있고 그 피해도 상당하지만, 그래도 공기청정기를 고민하고 기상청에서 미세먼지 경보를 울려주고 이런 사태와 건강에 민감한 국민들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미세먼지, 아니 황사와 모래바람 등 온갖 먼지 속에 살면서도 그 악영향을 알지 못하고 먼지와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먼지가 되어 살아가야지

1년간 머물렀던 부르키나파소, 그 나라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음식도 더위도 아닌 먼지였던 것 같다. 그 나라의 모래먼지는 땅 색깔과 비슷한 적색 모래이다. 난 분명 문과 창문을 꽁꽁 닫고 살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식탁엔 모래먼지가 얇게 깔려있었다. 오토바이라도 한 번 얻어 타는 날엔 1km도 못가서 흙먼지 뒤범벅이 되었다. 한국에 돌아올 때 가져온 슈트케이스에서는 말 그대로 먼지 냄새가 모든 짐 구석구석에 베었다.

마을 행사를 위해 쳐놓은 천막에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사진=EWB)

그 나라의 먼지는 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땅에 비포장도로의 흙먼지(국토의 90%는 비포장도로인 것 같다.)가 대기를 뒤덮고, 20년은 더 된 중고차들과 중국산 오토바이의 매연, 규제 없는 공장의 연기, 사하라 사막으로부터 날아오는 모래바람이 뒤섞여 만들어진다.

비가 내리기 전 모든 것을 뒤엎고 지나가는 모래폭풍 속에서. (사진=이다영)

이 나라의 모래먼지가 건기에 기승을 부리지만 우기에 꼭 청량한 것은 또 아니다. 우기 때는 비가 내리기 일보직전에 아주 매서운 모래폭풍이 몰아친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두터운 모래폭풍이 온 세상을 덮는다. 하루는 환기를 해두겠다고 집 창문을 열어두었다가 집이 모래로 아주 뒤덮인 적이 있었다. 건기나 우기나 모래먼지로 뒤덮이는 것은 매한가지니 진정한 먼지천국은 이곳이 아닐까? 굵은 먼지 입자 속에 미세한 유해먼지 입자들도 그만큼 많지 않을까 하고 혹자는 추측을 해본다.

먼지 천국인 것은 부르키나파소 주민들도 극구 동의하는 바다. 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 “잘 지냈니”, “가족들은 잘 지내니” 묻다가 때론 “먼지는 좀 어떠냐?” 하고 물어오기도 한다. 내가 1년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하니 아쉬운 마음에 하는 농담이 “부르키나의 먼지가 지겨워진 것이 확실하다”, “먼지의 나라로부터 도망가다니 정말 축하한다”일 정도로 먼지가 그네들의 삶이었다.

뿌연 대기 속에서도 마스크 하나 쓰지 않은 와가두구 시민들의 모습. (사진=www.pinterest.co.kr)

또 이 나라 국민들은 매일같이 겪는 교통체증 속에서도 마스크를 쓰며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그다지 흔한 일은 아니다. 너나할 것 없이 어렸을 때부터 모래 속에 뒹굴며 자라왔기 때문에 경각심이 부족한 걸까?

사실 얼마나 이 나라의 먼지가 몸에 해로운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다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만성 비염 때문에 휴대용 티슈를 들고 다닌다는 것, 그 증상이 비가 오지 않고 먼지바람이 심해지며 날씨가 추워지는 연말이면 극에 달한다는 것이 이 대기오염에 대한 추측일 뿐이다.

대기오염과 정보격차, 더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아프리카 대륙에 가면 매연이 극심한데도 불구하고 대기오염과 관련한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사진=air pollution in the world 지도자료)

어느 누군가는 대기오염 지수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할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가난한 이 나라의 대기오염과 관련한 정보를 온라인 세계에서 찾으려면 그 자료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자료가 나오지 않는 것은 비단 대기오염지수 뿐이 아니다.

이 세계의 여러 주체들은 가난한 나라들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원조를 하고 다양한 개발활동을 한다. 그래서 세계은행이나 UN과 같은 국제기구 사이트에 가면 모든 국가의 교육 정도, GDP 지수, 인간개발지수와 같은 이름으로 가난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만들어뒀다. 또한 이제는 가난 뿐 아니라 환경, 인권, 건강 등 다양한 주제에서도 인간의 발전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데이터를 보면 부르키나파소와 같은 저개발 국가 사람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연과 모래먼지를 그대로 들이쉴 수밖에 없는 부르키나파소의 일반적인 상점의 모습. (사진=이다영)

물론 나라가 발전한 정도에 따라 지금 당장 그들에게는 돈을 더 벌고 더 교육을 받는 것이 환경오염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고, 알 권리가 있다. 만약 그들이 얼마나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사는지 오염지수(index)를 통해 알게 된다면 그들 스스로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환경과 건강이 그들의 삶에서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

오늘도 뿌연 서울의 하늘을 바라보며, 마스크도 충분히 없고 공기청정기는 꿈도 꿀 수 없는 지구 반대편의 이웃들이 마시는 먼지에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오염물질이 많지 않기를 하고 바라본다. 그리고 또 그들을 만나러 가면 미세먼지 마스크라도 몇 장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을 방금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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